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대비 국내 주식형 펀드 비중은 2.89%다. 2004년(1.2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4년은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4~5%에 이르는 고금리 시절이었다. 펀드 투자가 일반화되기 전이라는 얘기다. 2007~2008년 펀드 열풍이 한창일 때는 공모펀드 비중이 6~7%에 육박했지만 이후 계속 줄었다.
펀드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62%였다. 무위험 자산인 정기예금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투자 자금이 아파트 분양, 수익형 상가 등 부동산시장으로 많이 이동했다.
또 과거 손실 트라우마에 갇혀 원금 손실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펀드 등으로 손실을 보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조건 위험 회피만 고집하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고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적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펀드 역사가 길어진 만큼 펀드들도 다양한 자산군과 다양한 투자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펀드 투자위험등급도 기존 5단계에서 6단계 체계로 세분화됐다. 투자자 성향에 더 적합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펀드 투자 대상을 박스권에 갇혀있는 국내 증시에서만 찾지 말자. 눈을 돌려 해외 시장을 살펴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주가는 미국과 신흥국 경기 개선, 주요국 통화 정책 완화 기조, 국제 유가 반등 등으로 2015년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회복했다. 주가는 6.8% 상승했다. 올해도 다수의 불안 요인이 존재해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증시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 시기나 환매 시기를 판단하는 게 고민된다면 목표전환형 펀드를 이용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목표전환형 펀드란 주식형 펀드로 운용하다가 미리 정해진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그 즉시 편입된 주식을 팔고 채권형으로 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무엇보다 단기 수익률에 현혹되면 안 된다. 최근 시장 방향성이 바뀌는 주기가 짧아졌다. 직전 수익률이 좋은 상품은 오히려 지금 가입하는 게 나은지, 혹시 고점은 아닐지 의심해야 한다. 과거 수익률을 보려면 3년, 5년 장기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은순 < 국민은행 올림픽PB센터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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