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정상적 권력 운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 장관 후보자들의 삶을 기어이 추문으로 재구성하고야 마는 게 청문회의 실상이다. 작년 9월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만 봐도 분명해진다. 국회는 당시 낯부끄러운 왜곡을 자가발전하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기분 나쁘다’고 해임건의안까지 통과시키는 구태를 보였다. 그 정도는 약과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는 2년여 전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에 휩쓸려 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청문회가 능력 검증보다 신상털기에만 집착하다 보니, 인재등용을 차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굽신굽신하며 통과해도 상처만 남는 탓에 쓸 만한 인재들은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손사래치는 분위기다.
‘국민의 대표’가 장관을 정하고, 자르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의원들은 민심과 여론을 앞세워 특정 직역이나 이익단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할 뿐이다. 우리가 보아온 것은 여당 청문위원은 전원 ‘합격’, 야당 청문위원은 전원 ‘불합격’ 판정이다. 대통령의 신뢰추락을 말하지만, 국회에 대한 신뢰 역시 10%를 밑돈다.
제왕적 대통령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의회 독재’다. 탄핵사태에서 보듯 국회에 찍히면 대통령조차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금배지 달고 완장 찬 의원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입법이라는 이름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황제 특권’을 누리면서 한번도 개혁된 적이 없다. 3권 분립의 행정부마저 정치판으로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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