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원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이 미뤄졌지만 삼성그룹은 피말리는 주말을 보냈다. 밤샘 특검 조사를 마치고 곧장 서초사옥으로 향했던 이 부회장은 14일과 15일에도 사무실로 출근해 임원들과 비상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오후 특검 브리핑을 앞두고 미래전략실은 물론 각 계열사 핵심 임원들도 회사로 나와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경영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최 실장 등 그룹 수뇌부가 만약 구속되면 삼성 내부의 의사 결정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중단된 것도 큰 문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눈앞에 놓인 올 1분기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 2~3년 경영 계획이 특검으로 인해 멈춰섰다는 게 뼈아프다”고 털어놨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추진,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한 달째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사업 전반의 스텝이 꼬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2008년 특검 조사 당시 삼성이 추진하던 사업 일부가 무산된 사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삼성은 태양광과 LED(발광다이오드)를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려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기소에 따른 경영권 공백으로 적절한 시점에 투자하지 못했다.
올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電裝)업체 하만의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은 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통해 오는 5월까지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특검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이 또한 지지부진하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 인사와 미래전략실 해체 등은 아예 우선순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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