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에 그렇게 당하고…환경부, 크라이슬러 조사 못한다?

입력 2017-01-16 17:13  

3375대 팔린 디젤자동차 그랜드체로키
관련 규정 늦게 만들어 소급 못해



[ 강현우 / 심은지 기자 ] 최근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용 불법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크라이슬러 디젤 차량에 대해 한국 정부는 조사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선 최대 46억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사안이지만 한국에선 ‘규정 미비’로 조사조차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환경청(EPA)이 소프트웨어 신고의무 위반을 적발한 크라이슬러 2014~2016년형 그랜드체로키(사진)에 대해 국내에서는 신고위반 여부를 조사할 실익이 없다”고 16일 밝혔다.

환경부가 신고의무 위반을 조사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시행한 디젤차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배출가스 조작이 아니라는 환경부 판단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크라이슬러 디젤 차량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산된 그랜드체로키 디젤 3.0과 닷지 램 1500 픽업트럭. 이 중 닷지 램은 한국에선 판매되지 않았으며 그랜드체로키는 2014년부터 3년간 총 3375대 팔렸다.

환경부는 그랜드체로키가 지난해 디젤차 배출가스 검사에서 실험실 배출 기준(1㎞ 주행 때 질소산화물 0.08g 이하 배출)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실도로 주행 때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0.39g/㎞였지만 아직까지 실도로에서의 배출량 기준은 없다. 다만 그랜드체로키가 조사 대상 20개 차종의 평균인 0.48g/㎞를 밑돌아 조작하지 않았다고 환경부는 봤다.

다음으론 규정이 늦게 만들어져 조사하지 못한다는 게 환경부 얘기다. 환경부 관계자는 “EPA도 배출가스 조작 여부보다는 크라이슬러가 해당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 소프트웨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는데, 한국에선 관련 신고 규정이 지난해 10월 제정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령인 제작자동차 인증 및 검사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난해 10월 개정되면서 ‘자동차 제작자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기능 저하가 필요한 내용과 임의설정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모든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7조4항)이 신설됐다.

강현우/심은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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