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결과도 뒤집고 재단출연금, 뇌물죄 엮어"
[ 장창민 기자 ] 재계도 얼어붙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 영장이 청구되자 주요 그룹들은 숨을 죽인 채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SK와 롯데그룹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은 초긴장 상태다. 삼성에 이어 SK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검은 2015년 8월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청와대와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5년 8월10일 오전 10시부터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려 이미 다양한 루트를 통해 최 회장이 사면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최 회장 사면은 전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도 비상이다. 신동빈 회장이 작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뒤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따낸 것으로 특검이 보고 있어서다. CJ그룹, 부영 등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불안해하고 있다.
재계에선 ‘최순실 특검’이 ‘대기업 특검’으로 변질됐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뇌물죄로 엮기 위해 특검이 기업을 과도하게 옥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뇌물공여 혐의 액수에 삼성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포함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이는 지난해 11월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마저 뒤집은 것으로, 무리하게 기업을 뇌물죄로 몰고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기업들이 돈을 낸 것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8개 그룹을 무리하게 뇌물죄로 엮고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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