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거함, 방향타 잃나…'이재용의 뉴삼성' 기로에 서다

입력 2017-01-16 17:32   수정 2017-01-17 07:05

삼성 '제2 도약' 위한 개혁 좌초 위기

'젊은 오너십'으로 3년간 핵심 경쟁력 확보
지배구조 개편·기업문화 혁신에도 힘쏟아
이재용 부회장 부재 땐 미래전략실 유지 불가피



[ 김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주도해온 ‘뉴삼성’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자칫하면 1938년 삼성 창업 이래 처음으로 경영권을 가진 오너가 영어의 몸이 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세계 100여개국, 50만여명의 임직원을 가진 삼성에 젊은 오너십이 없다면 ‘뉴삼성’ 구호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개혁을 본격화하고 있었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엮여 변화 동력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의 경쟁력 저하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감한 M&A로 핵심 경쟁력 강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14년부터 삼성은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가장 두드러진 게 과감한 인수합병(M&A)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 사상 최대 금액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들여 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전장(電裝) 기업 하만을 인수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하만 외에도 2012년 사물인터넷(IoT) 업체 스마트싱스를 사들였으며 지난해 클라우드 관련 업체인 조이언트, 인공지능(AI) 회사인 비브랩스 등을 사들이는 등 최근 3년간 15개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국내에선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도 대대적으로 투자 중이다. 경기 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짓는 등 작년부터 3차원(3D)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20조원 이상을 퍼붓고 있다. 디스플레이도 충남 아산에 서너 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짓는 등 1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이런 초대형 투자엔 오너인 이 부회장의 결정이 필수적이다. 삼성은 바이오산업에도 지난 4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순환출자 끊고 미전실 해체 추진

안정된 지배구조는 기업 발전의 필수 요소다. 삼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계열사를 포함해 18.5% 수준이지만 정치권의 금산분리 요구 등으로 영향력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안정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쥐꼬리 지분으로 삼성을 지배한다’는 일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2014년 삼성테크윈 등 4개사를 한화에 팔았고, 2015년 삼성정밀화학 등을 롯데에 매각하는 등 화학·방산 계열사를 정리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작년부터는 각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게 정관을 바꿨다.

삼성은 관리, 의전에 강한 기업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이 잦은데도 전용기는 팔아버리고 수행비서 없이 홀로 다니고 있다. 솔선수범해 격식, 의전을 파괴해왔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부터 인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꾼다. 부장~사원에 이르는 5개 직급을 4개로 줄이고 호칭은 ‘님’ 등 자유롭게 바꾼다. 기업 문화를 자유롭게 바꿔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기 위해서다.

◆삼성 비상 경영 불가피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은 행사하면서 책임을 피하려고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그런 비난을 잠재우고 뉴삼성 시대를 본격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금, 개혁이 아니라 당장 비상경영체제를 어떻게 짜야 할지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삼성은 오너십과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인 등 세 축을 중심으로 경영해왔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고, 미래전략실도 해체가 추진되고 있다. 삼각편대 중 두 축을 잃게 될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암담하다”며 “오너가 없으면 현상 유지 외에 대형 M&A, 지주사 전환 등 과단성 있는 결정은 누구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부재 사태가 현실화되면 최지성 실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이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외신 등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은 그룹 경영을 해본 적이 없으며 삼성전자 지분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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