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430억원 '뇌물인가, 뺏긴 건가'…법원, 특검 초강수 넘겨 받았다

입력 2017-01-16 17:35  

특검, 이재용 부회장 조사 사흘 만에 구속영장 청구

"국가경제 영향보다 정의 세우는 일이 더 중요"
뇌물공여에 횡령·청문회 위증 혐의도 포함
최지성 부회장·장충기·박상진 사장 불구속 수사



[ 박한신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결국 ‘강공(强攻)’을 선택했다. 특검팀은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을 지난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튿날 아침까지 22시간가량 밤샘조사를 한 뒤 사흘간 고민한 끝에 내린 ‘초강수’다.

◆“경영권 승계 위해 부정청탁”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적용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신병처리 여부에 상당 부분 고민하느라 결정이 늦어졌다”며 특검팀 내부에서도 치열한 토론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 측에 43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뒤 실제로 약 300억원을 지급했고, 이는 자신의 경영권 승계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당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는 대가였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뇌물죄 구성의 핵심 요건인 ‘부정청탁’ 여부에 대해 이 특검보는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가 중요 쟁점이었다”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출연, 최씨 소유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 지원 계약, 최씨 조카 장시호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에 뇌물죄와 제3자뇌물죄를 적용했다. 이를 위해 회삿돈을 사용했다며 횡령 혐의를 추가했다. 국회 청문회에 나와 위증한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 측과 이 부회장은 그동안 “대통령 강요로 최씨를 지원한 것뿐”이라고 일관되게 얘기해왔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씨 지원 과정에 개입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은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핵심 수뇌부인 이들의 구속영장까지 신청하면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최씨 이익공유 관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나 공모관계 등은 적시되지 않았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도 이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형식상 아직 입건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영장 내용에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주체는 최씨”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향후 직접 조사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혐의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 특검보는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이익 공유관계는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물증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 조사 일정과 관련해선 “추가 조사가 이뤄진 뒤 할 계획이고 가능하면 한번에 끝낼 예정”이라고 했다.

특검팀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뇌물공여로 판단하면서 SK와 롯데, CJ 등 재단에 출연한 다른 특검 수사 대상 대기업들에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SK와 CJ는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 사면을 박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사면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재단 출연 대가로 ‘면세점 추가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이 특검보는 “나머지 기업에서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수사 과정에서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입건 범위는 최소한으로 할 것이고, 특검 수사 대상에 한정해 조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최순실 특검이 대기업 특검으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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