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도나도 "내가 보수"…보수가 이렇게 인기 있었나

입력 2017-01-16 17:43  

유력 대권주자라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 같은 사람이 진짜 보수’라며 느닷없이 보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보수적 가치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탄핵이 부결되면 혁명뿐’이라고 말해 좌파들까지 놀라게 했던 그의 변신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한경이 작년 말 대권주자 16명의 이념성향을 분석했을 당시 문 전 대표는 ‘중도 좌파’도 아니라 ‘좌파’로 진단받았던 일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

‘보수 마케팅’은 이번 대선판의 유행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나야말로 진짜 보수’라고 주장하고 다닌 지도 벌써 한 달이다. “재벌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그의 입에서 보수주의 강의를 듣는 것은 민망스럽다. 사유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라는 문명 국가의 기본 원리조차 부정하면서 무슨 보수를 말하는 것인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보수주의자로 자리매김하며 대선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 역시 ‘진보적 보수’라는 사족을 달았다.

보수의 핵심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인민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자유민주주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누구나 살기 좋은 경제공동체를 말하지만, 시장경제만이 그 목표에 가장 가깝다. 보수 가치가 아닌 그 어떤 시도도 언제나 파괴적 실패를 부르고 만다. 국가가 나서서 자유와 번영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은 보수가치에 대한 몰이해다.

보수는 요리조리 말장난하며 표를 얻는 그런 마케팅 수단이 아니다. ‘별놈의 보수 다 갖다놔도, 보수는 결국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는 천박한 인식으로는 범접하기 힘든 가치다. 보수는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항구적 신념이자, 문명을 진보시키는 힘이다. 자기책임의 원칙으로 역사와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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