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노력에 유가도 상승
한국 경제 회복 앞장서 이끌기를
남두현 < 서강대 교수·화학 >
연초인 만큼 경기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장기간 불황이 지속될 것이란 부정적인 목소리다. 하지만 도약 국면을 맞고 있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바로 석유화학산업이다.
지난 40년 넘게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이 돼 온 석유화학산업이 새 국면을 맞이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최근 국제 정세가 작용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 정유업계의 재고평가 손실 가능성이 낮아졌고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쿼터 축소 및 화학제품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이익도 예상된다. 둘째, 새로운 화석연료의 부상과 이를 접목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도 한몫했다. 한때 석탄의 대체연료로 급부상했다가 사그라든 셰일가스 시장이 최근 국제 유가 상승 회복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셰일가스 및 오일 등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높이려고 하고 있어서다. 최근 채굴 기술력 개선,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유관 산업 전망이 밝다. 롯데케미칼 등 국내 기업들도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생산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더해 가고 있다.
끝으로 원료 다변화 기술 투자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기초 원료다. 과자봉지, 페트병부터 자동차 타이어, 전기 자동차까지 모두 쓰인다. 전통적으로는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해 왔으나 프로판가스, 셰일가스, 천연가스 등으로 다각화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은 기업들의 실적에 두드러지게 반영되고 있어 힘든 우리 경제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에틸렌 생산 국내 1위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만 2조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며 공격적인 투자 계획도 밝혔다.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해 에탄크래커센터(ECC) 공장을 건설 중이고 국내 여수 및 말레이시아 에틸렌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 에틸렌 생산량이 아시아 1위, 세계 7위로 올라 국내 석유화학산업에서도 삼성전자처럼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이미 화학소재를 기반으로 한 소형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 2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분야 영업이익 등 실적이 그룹 주력 산업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서 간판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3분기 만에 전년도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석유화학산업은 대체 불가한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세계인의 의식주 관련 생활 제품 70% 이상의 중간재로 사용되고 있는 산업이다. 산업단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한국 경제와 함께 성장해 오며 최근 돋보이는 실적을 낸 데는 해당 기업들의 노력이 컸다. 여기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땅의 양분을 흡수하는 나무도 물이 있고 햇빛이 있어야 자라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화학산업이 올해는 더욱 힘차게 도약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남두현 < 서강대 교수·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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