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내 매출 8000억 목표
톱스타 대신 유망선수 후원
[ 이수빈 기자 ] 미국 메릴랜드대 미식축구 선수였던 케빈 플랭크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렸다. 하루는 땀으로 범벅된 티셔츠의 무게를 쟀다. 원래보다 1.4㎏이나 더 무거웠다. 땀을 덜 흡수하는 티셔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뉴욕 할머니 집에서 우연히 본 여성 속옷의 재질에 주목했다. 땀이 잘 배출되는 이 합성섬유로 티셔츠를 만들어 팀원들에게 입혔다.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한 플랭크는 1996년 언더아머를 창립했다. 언더아머는 2014년 아디다스를 꺾고 나이키에 이어 미국 2위 스포츠 브랜드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언더아머가 한국 직진출을 선언했다. 이달 초 언더아머가 국내에 설립한 언더아머코리아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강남대로 교보타워 맞은편에 직영 플래그십 매장을 연다고 발표했다. 강남 플래그십 매장은 총 2개 층 1984㎡(약 600평) 규모로 중국 상하이 매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이전까지 언더아머는 국내 유통사인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 유통을 담당해왔다.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은 백화점과 아울렛에 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송호섭 언더아머코리아 대표(사진)는 “한국 시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직진출을 결정했다”며 “2019년까지 대리점을 포함해 170개 이상 매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5~8년 내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그는 언더아머가 나이키, 아디다스와 브랜드 핵심 역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언더아머를 보면 전문성을 떠올리지만 나이키는 패션, 아디다스는 축구·유행을 연상한다는 것. 한국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언더아머처럼 전문성을 내세우는 브랜드는 데상트 리복 휠라 스켈리도 스파이더 등 다섯 곳이라고 정의했다. 이들 5개 브랜드의 연매출을 합치면 6000억원가량인데 그중 50%를 언더아머가 차지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5000억원은 아웃도어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푸마 네파 컬럼비아 등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연매출이 2조5000억원가량 된다”며 “그중 20%인 3000억원을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했다.
언더아머는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전 연령층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체조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한 운동 캠페인을 하는 이유다. 톱스타가 아니라 유망 선수를 후원하는 언더아머의 ‘언더도그 전략’이 한국에서 유효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언더아머는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인 김현수 선수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스포츠패션을 융합한 통합솔루션도 차별점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IoT 기술이 적용된 언더아머 옷을 입고 운동하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연계해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회장은 지난 6일 ‘2017 CES’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와 언더아머의 스마트 의류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는 2~3월에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갤럭시기어 전용 언더아머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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