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너무 강해…미국 죽인다"
트럼프 경고 하루 만에 1% 하락
영국 총리 '하드 브렉시트' 선언에도
불확실성 해소로 파운드화 3%↑
트럼프발 달러 약세도 '부채질'
[ 이상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식적으로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언급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9일 트럼프 당선 후 달러 강세 행렬이 올 들어 주춤해진 가운데 공식적으로 그가 강(强)달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자 달러화가 17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완전한 유럽연합(EU) 탈퇴인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음에도 올랐다.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도 1개월여 만에 1160원대로 복귀했다.
◆원달러 환율 1160원대로 복귀
이날 뉴욕증시 거래 달러인덱스(DXY)는 101.5 수준에서 100.3까지 1.1%가량 내려갔다. 지난해 12월8일 이후 최저치다. 엔화와 유로화는 각각 달러 대비 1.7%, 0.62%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말 한마디가 달러 강세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 의장 등 공화당 일부 의원이 제시한 세제 변경 방안을 채택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 달러화가 이미 강해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은 그들과 경쟁할 수 없다. 달러화는 너무 강하다. 그건 우리를 죽이고 있다. 위안화는 돌덩이처럼 떨어진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금리·환율리서치 대표는 “트럼프가 강달러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9일 트럼프 당선 후 12월까지 달러화는 가파른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6%가량 치솟았으나 올 들어 약세를 보이면서 대선 전과 비교해 3% 오른 수준에 머물고 있다.
1달러로 살 수 있는 일본 엔화는 대선 당일 101엔대에서 이달 3일엔 118엔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약세를 이어가다 트럼프 발언이 뒤늦게 보도되면서 112.6엔(17일 뉴욕시장 종가)까지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80전 내린 1166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로 복귀한 것은 지난해 12월14일 이후 처음이다.
◆파운드는 23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
파운드화는 달러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메이 총리는 17일 오전 11시45분 12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브렉시트 계획안을 발표했다.
“EU 단일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 하드 브렉시트로 분류됐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글로벌 영국’이 되겠다”는 낙관적인 비전이 설득력 있게 전달됐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강행하지 않고 의회 승인을 거치기로 한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줬다.
연설 직전 1.21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파운드화 가치는 연설이 시작된 뒤부터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날 오후 6시께는 1.2403달러까지 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하루 새 파운드화 가치가 3%나 오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발(發) 달러화 약세 기조가 파운드화 강세에 부채질을 했다.
18일 오전에는 전날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는 조정이 이뤄졌지만 올초부터 지속된 파운드화 약세 흐름은 꺾였다.
◆측근은 트럼프 발언 주워담아
한편 트럼프 측근인 헤지펀드 투자자 앤서니 스카라무치 인수위 집행위원은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중국 관련 강경 발언을 해명하기 위해 애썼다.
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의 특사로 참여한 그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균형적인 무역관계를 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자가 세계화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으며 미국 노동자와 중산층을 위한 ‘대칭적’ 무역관계를 복원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위해 자신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스카이브리지를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HNA)에 팔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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