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내정자, 한동우 회장보다 9년 젊어
"국내 시장 넘어 글로벌 리딩 금융그룹 도약"
[ 서욱진 기자 ] “이런저런 하마평이 나왔지만 이변은 없었다.”
신한금융그룹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19일 밤 조용병 신한은행장(사진)을 신한금융 차기 회장으로 추천하자 신한금융그룹 안팎에선 ‘예상한 대로’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이어 리딩 뱅크인 신한은행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데다 조직 화합 차원에서도 최적임자라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한동우 회장보다 열 살가량 젊은 조 행장이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수장으로 발탁된 만큼 신한금융이 새로운 도약과 역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정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내정자의 ‘큰형’ 리더십
조 회장 내정자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격의 없이 어울려 큰형이라는 뜻의 ‘따거(大哥)’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엉클(uncle) 조’로도 불린다. 마라톤이 취미일 정도로 운동을 즐기는 그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을 듣는다. 임직원들을 칭찬하고 격려해 기를 북돋워주는 스타일이다.
조 회장 내정자는 2013년 신한은행장 선임 때 당초엔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2010년 ‘신한사태’라는 내부 경영권 분쟁 후유증을 극복할 화합형 인사로 전격 발탁됐다. 지금도 조 행장은 계파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은행장으로 있으면서 뚜렷한 경영 성과를 냈다. 지난해 저금리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이 큰 가운데서도 3분기까지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5117억원으로 2015년 전체 순이익 1조4897억원을 넘어섰다. 2010년부터 이어온 순이익 1위 은행을 지난해에도 달성했다.
글로벌 영토도 확장해 2015년 초 16개국 70개였던 글로벌 영업망은 현재 20개국 15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뉴욕지점장을 거치며 쌓은 조 회장 내정자의 글로벌 경영 역량이 성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근무시간을 파괴한 스마트워킹센터를 설치해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 모바일뱅킹 앱(응용프로그램) 써니뱅크를 내놔 큰 인기를 끌었다.
◆한동우 회장의 심사숙고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금융권에선 지난해부터 많은 얘기가 나왔다. 1948년생인 한 회장과 1957년생인 조 행장의 나이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중간 나이대의 인사가 회장을 맡을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 1951년생인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최종 후보 3명에 들자 이런 관측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회장은 조 행장의 손을 들어줬다. 나이가 아니라 신한금융을 새롭게 도약시킬 인물과 능력을 택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이날 면접이 끝난 뒤 “심의와 투표를 거쳐 만장일치로 조 행장을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상경 회추위 위원장은 “조 후보는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인사”라고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한 회장은 후임 회장 인선과 관련해 “물 흐르듯 조용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신한금융 변화 불가피
신한금융그룹은 향후 역동성에 주안점을 둔 세대 교체 등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회장이 10년 가까이 젊어지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도 새로운 진용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3월 신한은행과 함께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PE, 신한신용정보 등 계열사 CEO 임기가 만료되면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 내정자가 첫 인사에서 새로운 진용을 짜며 대대적인 혁신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
▲1957년 대전 출생 ▲1976년 대전고 졸업 ▲1981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4년 신한은행 입행 ▲1992년 미국 뉴욕지점 대리 ▲1995년 본점 인사부 차장 ▲1998년 서울 미금동지점장 ▲2002년 본점 인사부장 ▲2004년 본점 기획부장 ▲2006년 서울 강남종합금융센터장 ▲2007년 뉴욕지점장 ▲2009년 신한은행 전무 ▲201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신한은행장 ▲2017년 신한금융그룹 회장(3월 취임 예정)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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