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카카오에 따르면 하루 1000만명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월평균 발송 횟수는 20억건에 달했다. 관련 시장도 급성장해 이모티콘 상품은 4800여개로 5년 만에 800배 증가했다.…”
▶한국경제신문 1월18일자 A28면
이모티콘(emoticon)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의류, 문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에 활용되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업’으로 쑥쑥 크고 있다는 기사다. 이모티콘이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기호라는 뜻의 아이콘(icon)을 합친 말이다. 과거에는 (^o^) (T_T) 같은 텍스트 형태였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캐릭터 형태로 더 많이 오간다. 해외에선 이들 그림을 이모지(emoji)라고도 부른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이모티콘 시장이 급성장해 연간 3000억원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어린이, 학생뿐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성인도 많이 사고 있어서다. 최근 이모티콘 열풍의 주역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라인’의 캐릭터가 꼽힌다. 카톡의 라이언, 어피치, 프로도, 네오, 무지, 튜브 등과 라인의 브라운, 초코, 코니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구매자는 2013년 500만명에서 지난해 14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 19개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문구, 잡화, 식품, 여행, 육아용품 등 1500여종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언어 장벽 없이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 외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라인프렌즈 매장은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등 11개국에 들어섰고 매장당 하루평균 6000여명이 방문한다. 라인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브라운 인형은 누적판매량이 20만개를 넘어섰다.
캐릭터의 강점은 ‘확장성’에 있다. 이모티콘 열풍은 카톡·라인 운영업체뿐 아니라 여러 업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이들 캐릭터를 넣은 빵, 화장품, 치약, 여행가방, 은행 통장 등이 등장해 톡톡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렸다. 신진 디자이너에게도 큰 기회로 떠올랐다. 유료 이모티콘을 창작해 카톡·라인의 아이템숍에 올려 판매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토끼 모양 이모티콘 ‘몰랑’은 2012년 카톡에서 첫선을 보인 뒤 큰 인기를 얻어 자체 온라인몰까지 열었다.
이모티콘 산업의 급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콘텐츠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시장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웹툰이나 한류 열풍을 주도한 K드라마, K팝 등도 비슷한 사례다. 매일 스마트폰에서 나의 감정을 대신 전해주던 캐릭터 친구들은 이제 ‘움직이는 중소기업’이자 ‘수출 역군’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얘길 들으니 카톡 속 그 캐릭터들, 왠지 좀 달라보이지 않는가.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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