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사유서를 새로 쓰겠다니…원인 무효 아닌가

입력 2017-01-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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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헌재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의 근거로 적시한 총 13개의 헌법·법률 위반내용을 헌법위반 중심으로 재작성하겠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은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집행 경위가 국민주권주의, 직업공무원제, 시장경제 질서 등 헌법상 대원칙을 어겼는지만 가려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뇌물수수 강요 직권남용 등의 법률 위반 여부는 별도의 형사재판에서 가리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 모금이 뇌물수수라며 그렇게 비난하더니 이제 유·무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발을 빼는 행태다. 헌법 위반 여부도 당연히 범죄의 확정이 선행돼야 한다. 사실 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라는 모호한 잣대로 헌법 위반을 판단할 수 있다는 건 정치 재판을 하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권 위원장은 탄핵심판의 본질을 오해한 탓에 소추의결서가 잘못 작성됐다며 과오를 인정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소추의결서를 다시 제출하려면 당연히 국회의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 작년 12월22일 첫 변론기일에 헌재는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추가할 수 없다고 했지, 줄이는 건 괜찮다’는 논리를 펴는 듯하다. 하지만 공소장 변경이 불허된다고 할 때 이는 추가, 변경, 삭제가 불가하다는 의미라는 것은 율사 출신인 권 위원장 자신이 잘 알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국회가 탄핵사유를 추가 제출하자 헌재는 ‘국민 뜻이 왜곡되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탄핵소추의결서 재작성은 이미 제출한 시험 답안을 다시 내겠다는 것만큼이나 엉뚱하다. 역사적인 탄핵절차를 희화화하는 국정농단일 뿐이다. 헌재는 국회의 부적절한 시도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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