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하나 뿐인 소규모 식당
음식·음악·이벤트 등 의견 반영
특별한 기념일·생일파티 가능해
젊은층 넘어 4050세대도 관심
[ 김수정 기자 ] 재벌과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나 TV 드라마 속 데이트 장면마다 으레 등장하는 장소가 있다.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여기에 한 가지 설정이 더 들어간다. 재벌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로맨틱한 식사를 위해 통째로 그 레스토랑을 빌리는 것.
일부 소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 장면을 누구나 펼칠 수 있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란 말 그대로 레스토랑 내 테이블을 하나만 두고 운영하는 소규모 프라이빗 레스토랑이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는 원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메뉴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음악, 주변 장식, 특별한 이벤트까지 고객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100% 사전 예약이며 전화나 문자 등으로 예약할 수 있다. 대개 한 팀당 2시간 정도의 식사 시간이 제공된다.
얼마 전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한 직장인 박모씨(35)는 “특별한 날, 여자친구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사하고 싶어 고민하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선택했다”며 “여자친구와 찍은 1000장의 사진을 레스토랑 벽에 붙여 보여줬다”고 말했다.
업계 사람들과 중요한 미팅을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 한다는 한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대표는 “광고주와의 식사 자리를 위해 자주 애용하는데, 좋은 음식은 물론 상대방과 조용하게 대화할 수 있어 중요한 미팅에 안성맞춤”이라고 전했다.
최근 들어 젊은 층 외에 40~50대 중장년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날을 기념해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원테이블 레스토랑의 선발주자인 인뉴욕 관계자는 “요즘은 40~50대 중년층에서도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개 자녀들이 예약하는 사례가 많지만 종종 남편이 20~30여년 이상 함께 동고동락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직접 예약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인뉴욕은 16.5㎡ 크기 공간에 하나의 테이블만 두고 점심(1인당 8만원)과 저녁(12만원, 15만원)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쎄뿌뜨와’ 관계자도 “60대 손님 중 ‘이렇게 나이 든 사람도 오나요’라고 쑥스럽게 예약 문의를 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래도 한 번 온 중장년층 손님 상당수가 결혼기념일마다 방문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쎄뿌뜨와는 점심 두 타임(낮 12시~오후 2시, 2시30분~4시30분, 1인 6만원), 저녁 세 타임(5시30분~8시, 8시30분~11시, 11시30분~밤 2시, 1인 9만원)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이수부는 최소 4인 이상(1인 10만원) 저녁 예약만 받고 있으며 셰프가 조리 전 과정을 혼자 다루는 만큼 손님이 직접 접시도 가져오고 와인 잔도 꺼내 오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수정 한경머니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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