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에 'AI 바람'…한겨울 똑똑한 '찬바람 전쟁'

입력 2017-01-21 18:00  

Life & Style


[ 노경목 기자 ] 바깥에는 찬바람이 매섭다. 이런 가운데 가전업계의 찬바람 전쟁도 시작됐다. 올여름 대목을 노린 가전업계의 에어컨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LG전자가 2017년형 ‘휘센 듀얼 에어컨’을 내놨으며 다음날인 17일에는 캐리어에어컨과 대유위니아도 나란히 에어컨 신제품을 선보였다. 다음주에는 삼성전자가 벽걸이형 ‘무풍 에어컨’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겨울 에어컨 대전

한겨울에 에어컨 신제품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냉장고나 세탁기 등 다른 가전제품은 이처럼 특정 시기에 신제품 출시가 집중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계절성이 강한 에어컨의 특징을 이유로 본다.

에어컨 판매는 기온 상승과 함께 늘어나 8월이 지나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정된 에어컨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전자업체 입장에선 1년에 몇 달은 공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넘치고, 몇 달은 공장을 놀려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자업체들은 신제품을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해 에어컨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여름 이전에 에어컨을 마련하도록 마케팅하고 있다.

1월에 에어컨 신제품을 공개하는 전자업체들은 바로 예약판매에 들어가 4~5월부터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매장에 내놓고 팔기 시작한다. 예약판매 기간에는 각종 할인혜택을 통해 여름 성수기보다 에어컨을 사게 살 수 있고, 설치기간 등도 단축된다는 이점이 있다.


올해 처음 적용한 AI 기능

매년 연초면 어김없이 열리는 에어컨 대전이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한층 경쟁이 치열해졌다. 과거에는 없었던 승부처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AI) 경쟁이다. 올해 처음 시장에 나오고 있는 AI 기능을 적용한 에어컨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열지 관심이다.

LG전자는 AI 중에서도 ‘머신러닝’ 기능이 적용된 에어컨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놨다. 에어컨이 시간을 두고 주변 환경을 학습해 그에 맞춰 최적화된 실내환경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 에어컨은 집안에 설치하고 10~14일 동안 실내환경을 분석한다.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이렇게 축적한 관찰 결과를 고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이용자의 출현이 가장 잦은 공간과 전혀 없는 공간을 구별한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소비 전력은 20.5% 적게 들면서도 원하는 온도까지 떨어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8% 단축된다.

캐리어에어컨의 ‘18단 에어컨’도 AI 기술을 적용했다. 대부분의 에어컨이 단순히 실내온도를 기준으로 냉방을 제공하는 반면 캐리어에어컨의 신제품은 실내온도와 들어오는 햇볕의 양, 공간 내 공기 움직임, 습도까지 파악해 최적의 냉방을 제공한다. 주변 환경을 분석하는 에어컨의 ‘지능’이 한층 향상된 데 따른 결과다.

‘바람의 질’은 누가 위너?

‘바람의 질’도 중요한 승부수가 되고 있다. 직접 전달되는 냉기가 불쾌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반응이 늘면서 업체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냉기가 직접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는 무풍 에어컨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올해 관련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벽걸이형 무풍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에어컨 전면에 2만1000개가량의 작은 구멍으로 균일한 온도의 냉기가 나오도록 해 찬바람 없이도 떨어진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찬바람을 최대 출력으로 뿜어낼 때의 28%의 전력으로 운전하는 것도 가능해 냉방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유위니아도 바람에 대한 불쾌감을 줄일 수 있도록 바람의 온도 자체를 조정할 수 있는 2017년형 제품을 내놨다. 10~18도까지 4단계에 걸쳐 바람 온도 조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똑같은 온도를 설정해놨더라도 찬바람이 싫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덜 차가운 바람으로 냉방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도 2017년 제품에 간접 냉각 기능을 넣었다. 온도가 어느 정도 내려가면 찬바람을 천장 쪽으로 분사해 이용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신 에어컨에는 냉방 기능뿐 아니라 난방, 공기청정 기능까지 넣으면서 여름 한철에만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서서히 벗고 있다”며 “앞다퉈 냉방 효율 극대화에 나서면서 에어컨의 가장 큰 단점인 높은 사용전력이 차차 해결되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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