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데스크 시각] 유니클로의 경쟁자는 구글

입력 2017-01-22 19:02  

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 >


[ 박성완 기자 ]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모기업) 회장은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클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의류업체가 아니라 구글과 아마존을 꼽았다. 야나이 회장은 “옷은 정보”라며 “아마존과 구글은 패션업계의 다음번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패턴 등의 정보가 쌓이고,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활용하면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얘기다. 2015년 160억달러 수준이던 아마존의 패션 관련 매출은 올해 미국의 대형 백화점 메이시스를 제치고, 2020년엔 5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라지는 경계

패션 분야뿐일까. 각 영역에서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희미해지고, AI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의 영역도 오버랩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경계의 종말>에서 이 같은 경계의 침식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 가능성과 역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경쟁자가 튀어나오고 있다. 대형 쇼핑몰의 경쟁 상대로 테마파크와 야구장이 거론된다. 소비자의 시간과 경험, 즐거움을 놓고 경쟁한다는 의미에서다.

유통업체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하며 제조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PB 제품은 처음 나왔을 땐 그냥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싼 것’이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가야만 살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된다.

패션업체에서 받는 매장 임대 수수료가 주수입원이던 백화점은 직접 패션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고 차별화한 경쟁력을 위해서다. 유니클로가 구글과 아마존을 강적으로 꼽았듯이, 국내 패션업체의 최대 경쟁자는 네이버나 쿠팡일 수 있다. 인터넷포털 네이버는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고, 쿠팡도 생필품에서 패션의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언어 장벽만 넘으면 구글이나 아마존, 알리바바도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속도냐, 전문성이냐

정보 접근이 쉬워진 ‘스마트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가치를 꼼꼼히 따져 지갑을 연다. 원할 때 ‘쉽고 빠르게’ 얻는 것도 큰 가치다. 소비재·유통기업이 물류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이유다.

지금은 상상의 범주지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공중에 창고형 거대 비행선을 띄워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을 특허 신청했다. 배송 트럭에 3D 프린터를 탑재해 주문자 주변에서 상품을 직접 제작·배송하는 아이디어도 특허 출원했다. 3D 프린터 재료에 제한이 없어지면 소비자가 선택한 디자인의 옷을 3D 프린터로 찍어 몇 시간, 아니 몇 분 안에 배송할지 모를 일이다.

야나이 회장은 유니클로가 구글이나 아마존에 우위를 가진 경쟁력으로 ‘옷에 대한 전문성’을 꼽았다. 아직은 전문가의 시대지만 점점 정보가 중요해진다고 했다. 플랫폼과 정보를 장악하고 속도를 앞세운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살아남기 위해선 남이 따라올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추거나, AI엔 아무래도 부족할 ‘공감 코드’를 키우거나, 익숙한 사고(思考)로부터의 ‘단절(disruption)’을 통해 경계 밖에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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