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 41.9% 놓고
해외은행 두 곳과 협상 중
IFC 지분 10%도 공동 매각
[ 김은정 기자 ] 국민은행이 2008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영업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했으나 계속되는 부실로 낭패를 본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매각에 나선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추가 자본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상화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주 이사회를 열어 BCC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논의한다. 국민은행은 해외 은행 두 곳과 BCC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격을 포함한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이며, 가급적 올 1분기 안에 지분 매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분 41.9%와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지분 10%를 합한 51.9%가 매각 대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은행산업 건전화를 위해 국민은행에 지속적으로 추가 유상증자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분을 보유하는 게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투자에 참여한 IFC 역시 이 같은 판단에 동의해 국민은행과 지분 공동 매각에 나섰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2008년 강정원 전 행장 시절 카자흐스탄 5위권 은행이던 BCC 지분 41.9%를 9541억원에 사들였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로 빠르게 자산을 늘린 BCC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자원 대국인 카자흐스탄은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고, 차입자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해 실질 연체율이 20% 이상으로 치솟았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전 지역에 퍼져 있는 영업점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부실채권을 꾸준히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본사에서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투자 지분 상각을 진행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BCC 지분가치를 1000원으로 기재, 8년 만에 9500억원이 넘는 투자액을 사실상 모두 손실 처리했다.
국민은행의 BCC 투자 실패는 부실한 자산 실사와 글로벌 사업경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로 꼽힌다. KB금융그룹의 각종 인수합병(M&A)과 해외 사업에서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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