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에서 원단 구입
도안대로 본뜨고 박음질
주름 제대로 잡아야 예뻐
[ 이수빈 기자 ] 한복을 마지막으로 입은 것은 14년 전이었다. 중학교 예절교육 시간 이후 한복을 찾지 않았다.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웠다. 예스러운 디자인은 패션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한마디로 ‘사극에 나오면 딱 맞는 옷’이었다.
이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특별한 날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생활한복도 나왔다. 한복 대여점, 한복 카페도 생겨났다. 직접 한복을 만들어 입는 셀프족도 등장했다. 포털사이트에서 ‘한복 만들기’를 검색하면 집에서 한복을 제작했다는 게시물이 속속 나타난다. 1만~2만원이면 한복 치마 하나를 제작할 수 있다.
설을 맞아 한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유현화 한복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서울 삼청동 ‘유현화 한복’을 찾았다. 유 디자이너는 “생활한복이 유행하면서 한복의 전통적 멋을 해친 디자인도 나오고 있다”며 “고유의 멋을 살리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초보자는 치마부터 만들어보라고 했다. 치마 도안은 한복진흥센터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원단은 단이나 양단을 주로 쓴다. 광장시장에서 판매한다.
홑치마를 만드는 데는 반나절 정도 걸렸다. 도안대로 본을 뜬 뒤 주름을 잡고 미싱으로 박음질하면 얼추 모양이 나온다. 풍성한 치마를 원하면 주름을 2㎝보다 잘게 잡고, 날씬해보이고 싶으면 굵게 잡으라고 유 디자이너는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허리끈(허리말기)을 만들어 치마에 꿰매주면 완성이다. 허리끈에 밸크로를 부착하면 더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다. 완성된 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 서니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거울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올 설빔으로 저고리를 갖춰 입어야지.’
전통한복 의상실도 실용적인 한복 가짓수를 늘렸다. 유행을 반영했다. 유현화 한복에서는 아동용 생활한복, 여성 ‘철릭 원피스’ 등 입기 편한 제품을 내놨다. 맞춤제작도 가능하다.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에서도 한복을 판다. 롯데마트는 작년 10월부터 기획해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테’에서 한복 9종을 출시했다. 한복 전문가 박상희 한복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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