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파리 날린 공모주, 소문난 공모주보다 더 올라

입력 2017-01-23 16:03  

마켓인사이트 조사 - 지난해 청약 경쟁률·주가 비교해보니

청약 경쟁률 높으면 높은 수익 낸다는 상식 깨져
1222배 경쟁률 바이오리더스, 공모가 반토막 '악몽'
미투온, 낮은 경쟁률로 시작했지만 20일 만에 83%↑



[ 이태호 기자 ] 자궁경부전암 치료백신 개발업체인 바이오리더스는 작년 7월 상장 전부터 주식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일반투자자 청약 수요가 모집 주식 수의 1222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모에 나선 68개 기업(리츠와 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가운데 3위였다. 하지만 어렵게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의 고수익 기대는 상장 이후 충격으로 변해갔다. 5개월여 동안 꾸준히 주가가 하락하면서 공모가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작년 바이오리더스처럼 청약 인기 상위 10위권에 들었던 공모주의 평균 상승률이 전체 공모주 평균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흐름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가치평가(valuation)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리 날린’ 종목이 더 짭짤

지난해 일반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공모주 수익률은 하위 10개 공모주마저 밑돌았다. 상장 후 20거래일 동안 상위사는 평균 14.6% 올랐는데 하위사들은 더 높은 25.0%의 수익을 올렸다. 68개 공모기업 전체 평균은 18.8%다. 일반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을수록 큰 수익을 낸다는 기존 공모주 투자 상식과 정반대 결과다.

바이오리더스 외에도 온라인 광고대행업체인 에코마케팅(청약경쟁률 1103 대 1)과 같은 업종 인크로스(1048 대 1)가 각각 6.4%, 4.7% 하락해 높은 경쟁률을 무색하게 했다. 이들 3개 회사의 지난주(20일) 종가는 공모가 대비 -51%, -10%, -35%로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청약 때는 외면받았는데 상장 후 주가가 치솟은 기업도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카지노게임 개발업체인 미투온은 1.1 대 1의 낮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20일 만에 82.8% 급등했다. 지난주 종가 기준 수익률은 149%다. 16년 만에 처음 상장한 벤처캐피털인 티에스인베스트먼트(2.0 대 1)도 실망스러운 청약 결과에 낙담했지만 한 달 만에 170%를 웃도는 수익을 올렸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마이크로프랜드는 50% 넘게 올랐다.

청약 미달 업체인 두산밥캣(0.29 대 1), 화승엔터프라이즈(0.43 대 1), 헝셩그룹(0.76 대 1)도 모두 수익을 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투자자 관점에서 작년 최악의 가치를 매긴 공모주는 바이오리더스였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대박은 미투온이었다”고 말했다.

“시장 변했다…반도체·벤처 유망”

일부 전문가는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이 시장 흐름의 큰 변화를 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 등 일부 업종이 과거에 누리던 인기에 집착해 일부 공모주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얘기다. 공모주 가격은 주관 증권사 안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결정한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바이오주의 성장가치가 훼손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투자자들이 한미약품 사태 이후 기술 수출 실패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동안 과거의 열풍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 실무자들은 새해 공모주 시장을 달굴 업종으로 반도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장비업체, 벤처기업(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이례적인 호황과 정부의 창업 지원정책이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을 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작년 12월 코스닥시장에 나란히 상장한 두 벤처캐피털의 주가 급등으로 벌써부터 벤처기업 투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초기 조합(펀드)을 설정해 설립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TS인베스트먼트는 작년 12월15일 상장 후 지난주까지 공모가 대비 161%, 나흘 늦게 상장한 동종 업체 DSC인베스트먼트 주가는 95% 상승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가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선 돈이 성장 잠재력이 큰 신생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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