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순실 체포영장 발부
유진룡 "블랙리스트는 존재…김기춘 전 실장이 주도했다"
[ 박한신 기자 ]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과 관련한 보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삼성 뇌물죄의 법리를 더 촘촘히 구성하겠다는 게 특검 생각이다. 특검은 삼성에 대한 수사를 끝낸 뒤 다른 대기업으로 넘어갈 방침이다.
◆홍완선 소환·최순실 체포영장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3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배경을 조사하기 위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구속기소) 지시를 받아 삼성 합병 찬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이날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최씨 강제소환을 위해서다. 최씨는 지난달 24일 한 차례 특검 소환조사에 응한 뒤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여섯 차례 출석을 거부해 왔다. 최씨는 24일과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특검 강제소환은 26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최씨 조사에서 삼성 관련 뇌물죄 수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검은 최씨를 뇌물수수 피의자로 보고 있지만 이번 체포영장은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발부된 것이어서다. 이 특검보는 “체포영장에 의한 조사 땐 영장에 적시된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가 가능하다”며 “추후 다른 혐의로 최씨에 대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다른 관련자 조사를 진행한 뒤 최씨의 뇌물 혐의가 적시된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룡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주도”
특검은 이날 삼성 뇌물죄와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도 소환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문 전 장관에게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한화투자증권은 두 회사 합병 당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특검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지난 20~21일 이틀 연속 조사했다. 황 전무는 삼성이 최씨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실무를 맡았다.
특검이 삼성 합병과 관련된 인물을 잇따라 재조사하는 것은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삼성 뇌물죄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검보는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삼성 수사를 마무리한 뒤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의 이 부회장 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도 불러 조사했다. 유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되며 없어졌다가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돌려놨다”고 했다. 현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와 김 전 실장의 문체부 인사 개입 등으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가 2014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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