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자체사업 비중 높아
작년 영업이익률 11% 추정
집값 하락 우려에 주가 '뚝'
호황기 모은 '실탄' 힘입어
자산관리 등 영역확대 관건
[ 박종서 기자 ]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수개월째 뒷걸음질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주가수익비율(PER) 등의 주요 경영지표가 동종업계보다 좋은데도 그렇다. 주택건설 중심의 사업구조가 국내 주택경기 하강 국면에서 ‘악재’로 부각된 탓이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호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호황기에 끌어모은 현금성 자산(연결기준) 1조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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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늘면서 PER 하락 지속
현대산업개발은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41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5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22% 밀렸다. 하지만 실적 흐름을 보면 현재 주가는 다른 건설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증권업계가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6만4875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47% 높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매출 추정치는 4조7485억원, 영업이익은 5417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39.0%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1.4%로 현대건설(5.52%) 대림산업(4.75%) 대우건설(3.12%) 등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이익이 늘어나면서 PER도 좋아졌다. 지난해 전망치는 9.73배로 건설업계 평균(12.02배)보다 낮았다. 올해는 8.07배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9월 말 현재 821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4분기에도 2000억원 가까이 더 늘어나 1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란 추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의 빼어난 성적은 주택사업, 그중에서도 자체사업의 공이 컸다. 자체사업이란 단순히 아파트만 지어주는 도급사업과 달리 직접 땅을 사고 스스로 건축주가 돼서 분양까지 책임지는 방식을 일컫는다. 지난해 주택건설부문 매출 추정치는 전체의 56.5%인 2조678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1조2560억원이 자체사업이었다. 오는 6월에도 파주 운정지구에서 3004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자체 분양할 계획이다. 자체사업은 위험부담이 크지만 분양만 잘 되면 높은 수익률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자체 주택사업 매출원가율(매출 대비 원가 비중)은 73.4%였다. 도급사업보다 9%포인트 이상 낮았다.
◆주가 언제 반등할까
최근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국내 주택경기 부진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이 회사의 실적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최근 3개월간 낙폭(-12.06%)도 현대건설(-6.19%)과 대우건설(-3.09%) 등에 비해 훨씬 컸다. 당초 ‘황금알 낳는 거위’로 기대를 모았던 면세점사업도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반발 등으로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하지만 많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낙폭이 지나치다면서 반등 시점이 임박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주택사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탈피하려는 노력에 주목한다.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민간자본개발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넉넉한 ‘현금 실탄’을 감안하면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상승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속도감을 조금만 높여주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0일 900억원대의 자사주 매입 결정 등을 내린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현대산업개발의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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