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학·연 협력 지원
일학습병행·NCS 교육 통해 국가 경쟁력 끌어올리기 박차
[ 최승욱 기자 ]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고 불린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겉보기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오른 것 같지만 속내를 파헤치면 위기는 진행 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약화되고, 가계 부채는 날로 증가하면서 한계치에 도달했다.
제조업 경기는 최악의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를 기록했다. 역대 10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69.8%) 이후 가장 낮았다.
서민들의 체감 경제 온도도 빙점 이하다. 가계부채는 1998년 183조원에서 2016년 2분기 1257조원으로 600% 넘게 급증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 실업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임시 일자리나 아르바이트에 머물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까지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연구와 교육에서 난국을 극복할 해법을 찾고 있다. 유관 기관과 기업, 대학 등과 연계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인재 육성을 유도하고 각종 사업 지원을 통해 독창적이면서 중요한 연구사업을 돕고 있다. 먼 장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방침 아래 산·학·연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일학습병행제 사업을 통해 고학력 청년들의 실업난을 완화하고 산업계의 고질적인 미스매치도 해소할 방침이다. 기업과 인재의 적절한 배치로 효율적인 자원 분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일학습병행제도는 도제식 교육이 발달한 유럽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인데, 한국 실정에 맞춰 스펙보다는 능력 위주의 채용이 가능하도록 대학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장기 실습을 통해 취업 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돕고 있다.
취업 후 불만족으로 이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맞춤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신입직원 재교육 비용이 6000만원 이상 들어가고, 재교육 기간이 1년6개월 이상 소요된다. 장기현장실습제(IPP)형 사업은 이런 비효율적인 예산과 시간을 줄이고 현장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포항공과대 유기 및 생체재료 연구실은 질병 진단 및 생체 영상화를 위한 유기형광 프로브의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생명 현상을 이해하면서 효율적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생체 내 DNA, 세포, 조직 및 기관에 존재하는 여러 물질 간 상호작용을 감지하고 판독하는 연구를 벌이고 있다.
생체 쥐 연구 결과 모노아민옥시데이즈(MAO)라는 효소 활동과 알츠하이머 진행의 밀접한 연관성을 밝혀 병의 진단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 진단에 핵심이 되는 신호전달 단백질 효소를 감지할 수 있는 단분자 프로브를 최초로 창출해 암의 유무를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한양대 첨단방사선공학연구실은 암을 비롯해 다양한 방사선 이용기술 분야의 고부가가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2003년 설립됐다. 즉발감사선 영상장치, 대형 콤프턴 영상장치, 차세대 인체선산모델 개발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암을 진단하고 뇌과학 분야 열쇠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콤프턴 영상장치가 개발되면 임상시험 과정 등을 거쳐 방사선 치료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자동화설비, 로봇산업과 연계해 방사성 오염물질 모니터링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질병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친환경 자원화를 연구하는 대학도 있다. 경희대 나노바이오공학연구실은 메탄가스로부터 친환경 바이오 연료와 고부가가치 소재의 생합성 기술을 연구 중이다. 셰일가스의 주성분이 메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값싼 가격에 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연구실은 메탄을 먹고 자라는 메탄자화균을 이용해 값이 싼 메탄을 값비싼 바이오 및 화학소재로 전환하는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메탄(C1) 가스 리파이너리 사업단’을 출범시킨 뒤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보다 연구가 한 발 앞선 상태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일자리를 늘리려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 수준도 끌어올리는 것이 첩경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두뇌들의 도전과 입사하자마자 산업현장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의 패기가 합쳐진다면 대한민국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서면서 ‘제2의 외환위기’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승욱 미디어전략부장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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