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TA 많이 체결한 한국은 겁낼 필요 없다

입력 2017-01-24 17:37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TPP 탈퇴 조치는 기존의 무역질서에 큰 균열로 작용하게 된다. 다자간 혹은 지역 간 협력구도가 무너지고 양자 간 협상으로 무역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는 사건이다. 앞서 브렉시트가 ‘통합 유럽’이라는 초국가 질서에 타격을 입힌 것과도 맥이 닿는다. 영국은 지난주 관세동맹 탈퇴와 단일시장 접근권 포기 등 EU와 완전 결별하는 ‘하드 브레시트’를 밝힌 바 있다.

더구나 TPP는 단순 무역협정 이상이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지키는 정치적 공동체 성격도 갖는 동맹체였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TPP 협상타결 선언문에서 “중국으로 하여금 세계 무역규칙을 쓰게 할 수는 없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일본 역시 비슷한 요지의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응하는 동맹으로서의 TPP를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TPP 탈퇴를 결정했다. 미국에 대한 신뢰 저하와 ‘힘의 공백’이 중국의 활동공간을 넓힐 것이란 우려는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이번 결정은 가히 메가톤급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다자적 질서가 각자도생의 시대로 급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무역전략 변화를 두려움으로 직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양자협정에 주력해온 한국으로선 득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세계 52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의 센터다. 협정국 GDP를 합치면 세계 GDP의 무려 75%다.

‘한다면 한다’는 완력을 과시한 트럼프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호들갑 떨거나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한·미 FTA는 보완하면 된다. 보험약가 결정의 투명성, 공정위원회 조사 투명성, 법률시장 개방,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등이 현안이다. 시장은 열면 열수록 양국 모두에 이득이라는 원칙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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