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과 동시에 당 지도부와 군부의 수장을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급부상한 장성택도 잔인하게 숙청했다. 그것은 과연 김정은의 의지였을까. 역사소설가 김진명 씨(사진)는 “누군가 김정은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장성택이 건재하던 어느 날 북한 권부 실세들이 김정은을 찾아가 장성택을 제거하도록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추론이다. 그것은 사실상 쿠데타였다. 장성택 처형 뒤 드러난 각종 정황 증거는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김씨가 첫 역사 만화책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을 냈다. 그가 자신의 장편소설 《천년의 금서》를 어린이용 만화책으로 편집해 낸 적은 있지만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한국사의 일곱 가지 장면을 탐구했다.
신분을 위장하고 관련자에게 접근해 비밀을 전해 듣는 등 지난했던 취재 과정도 들려준다. 기록 탐구와 관련자 대면 취재 등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그림은 《펜 끝으로 더듬어 본 서양미술 순례》 등의 책을 낸 일러스트레이터 박상철 씨가 그렸다.
김씨는 이 책에서 베일에 싸인 명성황후의 마지막 순간도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논픽션 작가 쓰노다 후사코의 책 《민비 암살》에는 ‘묘사하기 괴로운 행위’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를 계기로 김씨는 어렵게 취재한 끝에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문서를 찾는다. 당시 조선 정부의 고문관 이시스카 에조가 일본에 있는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비밀리에 보낸 보고서였다. 김씨는 이를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일본어로 번역까지 마친 상태에서 일본 우익의 협박으로 출간되지 못한 사정을 공개한다.
책은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처럼 읽힌다. 김씨는 “한국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누구냐’의 문제”라며 “역사를 정확하게 알아야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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