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즉결심판 2만5000여건…한해 전보다 20% 늘어
기차 무임승차도 30만건 달해
상습 무전취식 일삼는 '동네 조폭'도 대거 적발
"취약계층 지원 늘리고 악질 상습범 처벌 강화해야"
[ 황정환 기자 ]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 같은 생계형 범죄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상당수는 피해금액이 몇천 원에 불과한 경범죄다. 이 같은 빈곤층에 의한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가 늘면서 경찰의 즉결처분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철도 무임승차 한 해 30만건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전취식·무임승차에 대한 즉결심판·통고 처분 건수는 2만5383건으로 전년(2만1229건)보다 19.5% 늘었다. 2012년 9889건에 불과했지만 매년 가파르게 늘어 4년 새 2.56배로 급증했다.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는 현행법상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다. 피해금액이 크거나 상습적일 경우 사기죄 등이 적용되지만 대부분은 벌금 5만원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나 노숙자들이 증가하면서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 건수가 늘어났다”며 “대부분 1만원 이하 소액 사건으로 즉결 행정 처분된다”고 전했다.
무임승차에 대한 경범죄 처분은 버스 택시 등에 국한된다. 기차나 지하철도 원칙적으론 경범죄처벌법 대상이지만 철도사업법에 별도로 과태료가 규정돼 있다. 철도사업법에 따른 기차 무임승차 과태료는 운임의 10배, 지하철은 30배다. KTX 등 기차 무임승차 적발 건수만 2015년 29만9934건으로 매년 30만건가량에 이른다.
◆동네조폭 등 상습범 속속 적발
경찰은 무전취식을 죄를 판단하기 어려운 범죄로 꼽는다. 범인이 실제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피해금액이 몇천 원에 불과한 사례가 많아 일일이 형사처벌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한 일선 지구대 관계자는 “극빈층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의 무전취식까지 일일이 처벌하면 전과 40~50범도 수두룩할 것”이라며 “딱부러진 기준은 없고 경찰관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를 저지르는 상습범도 많다. 영세상인을 괴롭히는 ‘동네조폭’이 대표적이다. 벌금 이 5만원으로 처벌이 비교적 가볍다는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경찰은 상습범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4일엔 서울 은평구 응암시장 동네조폭 ‘공포의 빡빡이 2인조’를 구속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여성 혼자 운영하는 식당만 골라 13차례에 걸쳐 150만원 상당의 무전취식을 했다.
지난해 11월엔 부산 사상구 일대에서 “택시가 난폭운전을 했다” “네일숍 서비스가 나쁘다”는 이유로 50만원 상당의 돈을 내지 않은 유모씨(23·여)도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한편 악질 상습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생계형 범죄의 배경엔 장기 경기 침체와 노인 빈곤층 증가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동네조폭 등 악질 사범에 대한 처벌 규정은 구체화하되 생계형 범죄자에 대해선 이들이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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