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연 기자 ] 지난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그로브몰. 이곳에 입점한 백화점 노드스트롬 입구에는 ‘해피 루나 뉴 이어(Happy Lunar New Year)’라는 문구(사진)가 붙어 있었다. 매장 안에는 빨간 카펫이 깔렸고, 천장에는 연꽃 모양의 장식이 걸려 있었다. 중국인이 쇠는 설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그로브몰은 백화점과 브랜드 매장 등이 모여있는 야외 쇼핑몰이다.
관광지뿐만 아니다. 현지인이 찾는 작은 쇼핑몰이나 식당에서도 이런 장식을 볼 수 있다. 요즘 LA 현지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다는 패킹하우스(맛집이 모여있는 건물)에는 닭 모양 조형물까지 등장했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유커(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나섰다.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춘제, 국경절 등에 맞춰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그로브몰에 있는 노드스트롬에서는 이날 유커들이 좋아하는 한국 선글라스 브랜드인 ‘젠틀몬스터’ 등 3개 한국 브랜드 행사를 열고 있었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달라진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내수가 줄고, 해외여행을 하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렸다. 이후 유커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더 강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미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관광청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16% 늘어난 300만명에 달했다. 전망도 밝다.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7 춘제여행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태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순으로 미국이 3위를 차지했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3위를 했던 한국은 7위로 떨어졌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커들의 마음이 떠난 데는 쇼핑 일정으로만 짜인 패키지 상품, 바가지 가격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씨트립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말 춘제 기간에 중국인 600만명가량이 해외로 나갈 전망이다. 이들이 해외에서 쓰는 돈만 1000억위안(약 17조원). 미국까지 뛰어든 유커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듯하다.
강영연 생활경제부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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