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주유소 자리에 스타벅스 DT점 생겼네

입력 2017-01-25 18:40  

장사 안돼 문 닫은 주유소
커피·패스트푸드 DT로 변신

도심 진입로 입지…신축 유리
회전율 높아 수익도 '짭짤'
스벅 방이DT, 하루 1천명 찾아



[ 김보라 기자 ]
서울 지하철 5호선 방이역 3번 출구에서 700m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는 1년 전만 해도 주유소였다. 건물주는 경영난으로 주유소 문을 닫고 그 자리에 2층(150여석)짜리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열었다. 작년 9월 일이다. DT 매장이란 차에 앉아 음성이나 화상 서비스로 주문하고 받는 매장을 말한다. 요즘 하루평균 1000명 정도가 스타벅스 송파방이DT점을 찾는다. 같은 규모 매장보다 20~30% 많다. 근처에 사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분당에서 잠실로 이동하는 운전자 수요까지 흡수했다.

주유소들이 속속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DT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주유소 자리가 차량 진출입이 자유로워야 하는 DT 매장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DT 매장은 98곳. 이 중 30여곳이 주유소 자리에 들어섰다. 스타벅스 부동산 개발팀 관계자는 “작년부터 주유소를 DT 매장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방치된 ‘유령주유소’ 1600곳

주유소 주인들이 DT 매장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장사가 안 돼 ‘골칫덩이’가 된 주유소가 늘었기 때문이다. 1995년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이 사라지면서 주유소는 1만2000여개로 증가했다. 2014년 알뜰주유소까지 등장하자 주유소들은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며 경쟁을 벌였다. 저유가로 기름값이 떨어지자 마진도 줄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휴업 중인 주유소는 전국에 585곳이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1%를 겨우 넘는다. 1억5000만~2억원가량 드는 폐업 비용이 없어 신고도 못 한 채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는 1000여곳이다.

부동산중개업체 원빌딩 관계자는 “경영난이 심해져 경매로 나오는 주유소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소는 도심에서 차량 진출입이 쉬운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DT 매장으로 전환하기 쉬워 업주들이 관심을 많이 둔다”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업체도 수익성 높은 DT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어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DT 매장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 있어도 차를 몰고 찾아오는 이용객이 많고, 체류 시간이 짧아 회전율이 높다. DT 매장 매출은 일반 매장보다 10~30%가량 많다.

◆DT 매장 올해 더 늘어날 듯

국내 DT 매장은 1992년 맥도날드가 부산 해운대점에 ‘맥드라이브’를 도입하면서 처음 소개됐다. 이후 20년간 크게 늘지 않았다. 2012년 90개 정도였다. 그러다가 문 닫는 주유소 증가와 맞물려 매년 40여개씩 DT 매장이 생겼다. 지금은 맥도날드 전체 점포의 절반 수준인 236곳이 DT 매장이다.

2012년 6월 국내 커피전문점 중 최초로 DT 매장을 연 엔제리너스는 10개의 DT점을 운영하고 있다. 버거킹은 33개, 롯데리아 47개, KFC는 1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는 2012년 경주 보문단지에 첫 DT점을 열었고, 지금은 전체의 10%가 DT 매장이다.

진우식 맥도날드 팀장은 “맥드라이브는 출퇴근길 직장인 등 다양한 고객층에게 인기가 높고 비나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는 패스트푸드 점포와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라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DT 매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서규억 스타벅스 팀장은 “지역 상권에는 DT 매장 수요가 많고 매출도 일반 매장보다 많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출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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