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톤·다코타 송유관 건설 허용
무슬림 입국금지 등 이민 규제도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레거시(업적)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신설을 재협상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20일 취임일엔 ‘오바마케어’(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폐지를 위한 사전 행정조치에 서명했고, 23일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또 25일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과 통상, 환경, 이민 등 각 분야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대선 공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신·증설 허용건은 모두 에너지 분야 규제를 풀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대선 공약에 포함돼 있던 내용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환경과 식수원 오염 가능성, 아메리칸 원주민 문화유적 파괴 우려 등을 이유로 이들 사업을 불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키스톤 XL 송유관 재협상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공사와 관련한 몇 가지 조건을 재협상할 것”이라며 “2만8000개 일자리가 생기는 대단한 공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내 송유관은 미국산 자재로 건설되도록 하고, 송유관 건설 과정의 규제를 간소화하며, 환경영향검토 기간을 단축하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송유관이 지나는 지역의 정치인은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반면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다코타 송유관이 지나게 될 스탠딩록 원주민 수(Sioux)족 단체의 데이브 아참볼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조약상 권리를 준수하고, 송유관 건설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현재 경로는 우리 권리를 침해하고 1700만명의 식수를 오염시킨다”고 비판했다. CNN은 대규모 시위 등으로 반발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국토안보부에 방문해 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여러 건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행정명령엔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 중동·북아프리카 무슬림 국가 출신의 비자 보유자와 난민의 미국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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