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2 통상전쟁' 방아쇠 당겼다…중국산 타이어에 덤핑 판정

입력 2017-01-25 19:09  

"불공정 거래로 미국 산업 위축"
새 정부 첫 보호무역 조치
최종 확정 땐 반덤핑 관세 부과

철강·곡물 등 전방위로 마찰
중국 "불공정 판정" 강력 반발



[ 베이징=김동윤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대해 덤핑 판매와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겨냥해 취해진 첫 보호주의 조치다. 오는 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통상전쟁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 첫 대중(對中) 덤핑 판정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3일 중국 업체들이 트럭 및 버스용 대형 타이어를 공정가격 이하에 미국으로 수출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정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받은 것도 확인했다.

상무부는 조사 대상 기업 중 중국 산둥성에 있는 타이어 제조업체 프릭스청산타이어의 덤핑률(공정가격 대비 할인율)이 9%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자료 제출을 거부해 자체 조사를 토대로 최종 덤핑률을 22.57%로 결정했다. 보조금 지급률(수출가격 산정에 보조금이 미친 영향)은 52.04%로 판정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덤핑률과 보조금 지급률을 기반으로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반(反)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부과할 전망이다. 3월6일로 예정된 ITC 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ITC가 상무부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중국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통상전쟁 신호탄 될까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대한 미국의 조사는 작년 2월 본격 시작됐다.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이 “중국산 타이어의 불공정 거래로 지난 몇 년간 사업이 위축되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조사를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USW는 미국 내 타이어 생산업체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이 가입한 조직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는 총 10억7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2015년 기준)어치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1년 새 상대국 수출품에 경쟁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미국은 작년 5월 중국산 냉연강판과 내부식성 철강제품에 각각 522%, 451%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작년 6월 미국산 필름에 23.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올해 들어선 지난 11일 미국산 옥수수 주정박(곡물 찌꺼기)에 42.2~53.7%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덤핑 결정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왕허쥔 상무부 무역경제국장은 “미국이 불공정한 판정으로 중국의 이익을 훼손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덤핑률을 계산할 때 ‘제3국 가격’을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미국은 덤핑률을 산정하면서 중국을 ‘비(非)시장경제국’으로 간주해 제3국 가격을 적용했는데 이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조항에 어긋난다”고 왕 국장은 주장했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에 가입하면서 15년 동안 비시장경제국 지위를 유지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WTO 규정상 시장경제국이 되면 덤핑률을 계산할 때 수출국의 국내 가격과 수출제품 판매 가격을 비교한다. 하지만 비시장경제국은 제3국의 국내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는다.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부로 15년이 지났기 때문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자동으로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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