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 27년째 순유출 1000만명 밑으로 줄어
구조조정 여파 몰아친 경남·울산, 인구 감소
'주택' 문제로 인구이동 42%로 가장 많아
[ 황정수 기자 ] 지난해 인구이동률이 4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구 고령화,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이사한 사람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 여파로 울산에서는 직업을 찾으러 밖으로 나간 인구가 들어온 인구를 앞질렀다. 서울 인구는 27년 연속 줄어 1000만명 밑으로 내려갔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6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작년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변경한 인구(인구이동자)는 737만8000명으로 1979년(732만4000명) 이후 가장 적었다. 인구 100명당 인구이동자 비율인 인구이동률은 2015년보다 0.8%포인트 떨어져 14.4%를 기록했다. 1973년(14.3%) 이후 4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1970년 404만6000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한 인구이동자 수는 1988년 996만9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인구이동 3년 만에 감소
인구이동률은 2013년 14.7%를 기록한 뒤 2014년 15.0%, 2015년 15.5%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정부가 2014~2015년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인구이동률은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가계대출 급증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이 시행되자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인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완료 단계인 점도 인구이동률 하락의 원인으로 평가된다.
인구 고령화도 인구이동을 둔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0대(9.5%), 70대(7.4%), 80대 이상(8.8%) 등 노인층은 한 자릿수 인구이동률을 나타냈다. 20대(21.4%)와 30대(21.5%)가 20% 넘는 이동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나이가 들수록 자녀 교육, 직장 등과 관련한 부담으로 다른 지역 이동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14만명 순유출
광역시·도별 전출률(인구 중 전출자 수 비율)은 서울(16.9%), 세종(15.6%), 대전(15.3%) 순으로 높았다. 서울(14만명), 부산(2만1000명), 대전(1만1000명) 등 9개 시·도는 전출자가 전입자보다 많아 ‘순유출’이 발생했다.
서울 인구는 지난해 14만명이 순유출돼 지난해 말 기준 993만명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인구 순유출은 1990년부터 27년간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경기(13만4000명), 세종(3만명), 충남·제주(각각 1만5000명) 등 8개 시·도는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은 ‘순유입’ 지역으로 조사됐다. 서울 전출자(165만5000명)의 22.4%는 경기로 이동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 외곽 신도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구조조정으로 인구감소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울산·경남 지역의 인구이동에 영향을 줬다. ‘전출입 목적별’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조선업이 몰려 있는 경남과 울산에서 직업을 찾으려고 ‘나간 인구’가 ‘들어온 인구’를 추월했다. 2015년 구직 목적으로 울산에 순유입된 인구는 4600명, 경남은 3300명이었다. 하지만 작년엔 울산과 경남에선 일자리를 찾으러 나간 사람이 찾으러 들어온 사람보다 많았다.
직업 관련 순유출자는 울산이 1600명, 경남은 4400명을 기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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