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사드 후폭풍 속에서도...금호타이어 인수전 흥행 왜?

입력 2017-01-26 11:17  

역발상으로 중국 업체 집중 공략한 크레딧스위스 전략 주효


이 기사는 01월23일(07: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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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 기업들의 국내 기업 인수가 줄줄이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호타이어 인수전 만큼은 흥행에 성공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드 뿐 아니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 실적 등 악재가 많은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영타이어 회사 더블스타와 항공부품업체 상하이에어로스페이스(SAIC), 화학업체 지프로 등 중국 3개 회사가 본입찰에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8일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더블스타는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42.01%의 인수 가격으로 1조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당일(12일) 종가인 주당 8770원으로 계산한 매각 대상 지분의 시가(약 5820억원)에 비해 70%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6000~7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더블스타 뿐 아니라 SAIC과 지프로 등도 모두 1조원 가까운 인수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인수 후보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국내 기업 매각은 줄줄이 실패로 돌아갔다. ING생명 인수전에는 중국 국영 보험회사인 타이핑생명과 중국계 사모펀드 JD캐피탈, 푸싱그룹 등이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거래는 결국 무산됐다. 할리스커피 대주주인 IMM PE도 중국과 대만의 전략적 투자자(SI)들과 거래 조건 등을 놓고 협상을 버렸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업체들을 입찰에 끌어들여 흥행을 유도한 매각 자문사들이 많았지만 실제로 종료된 거래는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정도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 매각전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중국 전략적 투자자(SI)와 금호타이어 간의 높은 시너지 효과다.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의 주 원인이 중국 매출 부진인데, 중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시간 내에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IB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2007년부터 4년 동안 중국 내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011년 3월 중국의 대표적인 소비자 고발 방송 프로그램인 완후이가 ‘금호타이어가 불량 고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점유율이 추락했다. 이후 금호타이어가 중국 정부의 품질 기준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떨어진 중국 내 위상은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완후이는 애플, 도시바 등 외국 기업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방송 프로그램”이라며 “중국 인수 후보들은 금호타이어가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현지 기업에 인수될 경우 외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단기간에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내 환경 규제가 강화돼 새로 공장을 짓기가 어려워진 점도 중국 업체들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서 약 2000만개의 연간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완후이 프로그램 여파로 아직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현지 기업이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켜 가동률을 끌어올릴 경우 중국 내 생산량과 점유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중국 SI들의 계산이다.

금호타이어 공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의 타이어 수요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7.5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타이어 시장 연평균 성장률 3.71%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자동차 보급률이 낮고 타이어 교체주기도 매우 길다”며 “고급 타이어 시장은 아직 존재조차 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국 업체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도 금호타이어가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보다는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로 중국 타이어 업체들은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미국 조지아 공장이 이를 극복할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한국과 중국, 미국,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는 해외 M&A에 대한 중국 정부의 차별화된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위안화 평가 관리 등을 위해 해외 M&A를 제한하고 있지만, 본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에는 제동을 걸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이 중국발전개혁위원회로부터 금호타이어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 초기에는 사드 배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매각측이 실제 인수 후보들을 만나본 후에는 중국 SI들이 사드 문제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매각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의 독특한 상황을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간파해 초기부터 중국 기업들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S는 세계 4대 타이어 회사인 독일 콘티넨탈AG를 예비 입찰 단계에서 탈락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적어낸 지분 가격 1조원을 토대로 계산하면 부채를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EV)는 4조원대 중반으로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3000억원의 15배에 달한다”며 “상장된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의 EV/EBITDA 배수가 5~6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5배의 멀티플을 감내하고 끝까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만한 후보는 중국 기업 뿐이라고 CS가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이 계약서 조건을 바탕으로 채권단과 박 회장이 협상에 들어간다. 박 회장은 30일 이내에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CS는 거래 초기에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원매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산업은행이 매각 자문사를 선정할 당시 JP모간,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적지 않은 글로벌 대형 IB들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제안서조차 내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각 자문사를 맡게 된 CS가 인내심을 갖고 중국 업체들을 공략, 1조원 규모의 M&A 거래로 키운 건 평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정소람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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