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수현 씨(26)는 이번 설 명절에는 한복을 입고 부천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한다. 지난 가을 친구들과 한복을 빌려 입고 북촌 나들이를 다녀온 뒤 한복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최 씨는 “성인이 된 후로 한복을 처음 입어봤는데 예쁘고 생각보다 편해 아예 하나 맞췄다”며 “할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다”고 26일 말했다. 고려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예정 씨(25)는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놀러갈 계획을 세웠다.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덕수궁·창경궁·창덕궁 등 서울 주요 4대 고궁과 종묘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김씨는 “설을 맞아 가족들과 한복을 입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복을 입고 명절을 보내는 20대가 늘고 있다. 북촌에서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강인우 오늘하루 대표(28)는 “작년 추석부터 젊은 손님들이 평소보다 몇배 많아졌다”며 “가족 단위로 찾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비롯한 고궁이나 북촌 일대에서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SNS 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의미하는 ‘한복스타그램’ 관련 게시물은 10만3500여개에 달한다.
한복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복궁 인근의 한복 대여점은 북촌 일대를 중심으로 40곳이 넘는다. 신세계백화점엔 지난 8월 한복 브랜드 처음으로 패션 한복 브랜드 ‘차이킴’이 입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복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걸 즐기는 젊은층이 주로 방문한다”며 “당초 예상의 3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경기 성남시 판교점에서 ‘패션 한복 초대전’을 진행하는 동안 평상시의 1.7배인 500만원의 일평균 매출을 올렸다.
노년층은 20대의 ‘한복 트렌드’를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창규 씨(78)는 “언젠가부터 한복을 입는 풍속이 사라져 안타까웠는데 20대의 어린 외손녀가 한복을 입고 온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청년들이 한복 입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