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학문적 저술을 사법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적절치 못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자발적 위안부’ ‘매춘’ ‘동지적 관계’ 등 일부 표현과 ‘일본군에 의한 강제동원은 없었다’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오히려 위안부가 제국주의, 국가주의에 동원된 피해자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앞뒤 문맥을 거두절미한 채 특정 키워드만 부각시켜 기소한 것이다. 한국 일본 미국의 지식인들이 성명까지 내며 깊이 우려했던 부분이다.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다. 그런 바탕 없이는 성숙된 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없다. 사회 주류나 다수의 시각과 다르다고 금지하고 처벌한다면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역사적 진실은 치열하게 검증하고 입증돼야 할 문제지 다수결로 결정할 순 없다. 이 책을 문제 삼으려면 학문적 반론과 논증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물론 반응은 엇갈린다.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관련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적대와 강한 선입견이 깔린 오독을 보며 절망했다”던 박 교수 측은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판결이 감성으로 치달아 왔던 위안부 문제를 이성적 토론의 장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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