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재단 설립해 불우이웃 도와
포스코·현대 등 타기업으로 확산
[ 주용석 기자 ]
현대오일뱅크는 5년 전 색다른 기부 문화를 선보였다. 임직원들이 월급 1%를 자발적으로 떼내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 중 첫 시도였다.
당시만 해도 이런 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임직원 1800여명 중 98%가 월급 1%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5년간 기부금은 총 74억4000만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돈으로 지금까지 2300여명에게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750여개 복지기관과 단체에 겨울철 난방유를 제공했다. 저소득 노인들에게는 무료 점심 30만끼를 대접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성지연 양(가명)은 현대오일뱅크 덕분에 체조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원래 정식 레슨은 꿈도 못 꿨지만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측으로부터 월 70만~80만원의 레슨비를 지원받으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고, 전국 규모 대회에서 두 차례나 대상을 거머쥐었다. 덕분에 올해 체조 꿈나무를 키우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월급 1%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고인수 현대오일뱅크 부장은 “매달 월급에서 7만~8만원이 자동 공제된다”며 “나에게는 작을 수도 있는 1%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99%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급 1% 기부 문화는 현대오일뱅크뿐 아니라 포스코, 한화토탈, 현대위아, 전북은행, 대구은행, 미래에셋대우, K워터, 프로축구연맹 등 다른 기업과 단체로까지 확산되며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월급 1% 기부는 2011년 9월 권오갑 당시 사장(현 현대중공업 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권 전 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현대오일뱅크라는 대기업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혜택이냐”며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월급 1%를 기부하면 어떻겠느냐”고 노조에 제안했다. ‘반(反)기업 정서’를 줄이려면 말로만 ‘반기업 정서를 없애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여유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나누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노조도 권 전 사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듬해 2월8일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임직원들이 낸 기부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재단 설립 초기만 해도 사내에선 “직원들의 기부 참여율이 50%를 넘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많았다. 임직원들이 퇴직 때까지 매달 월급 일부를 내놓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해 참여율이 70%대에 달하며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후 매년 참여율이 높아졌고 현재는 98%에 이른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나머지 2% 직원은 대부분 개인적으로 다른 곳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은 이 돈으로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저소득 노인에게 매일 점심 한 끼를 대접하는 ‘진지방’, 소규모 사회복지 시설에 겨울철 난방유를 공급하는 ‘사랑의 난방유’, 불의의 사고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랑의 SOS’ 등이 대표적이다.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학습비와 재능 개발비를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아시아 저개발국에 교육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재단 측은 “지원 대상은 언론 보도나 사회복지단체의 추천, 재단의 직접 발굴을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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