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문맹보다 무서운 금융맹…저금리 시대, 재테크 모르면 바보 된다

입력 2017-01-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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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배워야 산다

최일·박경화 지음 / 한국경제신문 / 300쪽 / 1만5000원




“금융맹(金融盲·financial illiteracy)이 문맹(文盲)보다 더 무섭다. 글을 모르는 것은 사는 데 다소 불편하지만 금융을 모르는 것은 생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이다. 금융은 이제 더는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을 모르면 생존할 수 없는 ‘필수상식’이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비즈니스맨 중에 금융의 문외한인 금융맹이 적지 않다. 또박또박 월급을 받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관리하고 쓸 줄은 모른다는 소리다.

우리 국민의 금융지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마스터카드가 실시한 금융 이해도 조사에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16개국 중 13위였다. 대만이 1위, 홍콩은 3위였다. 한국은 태국, 중국, 베트남보다 뒤졌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금융교육 부재가 원인이다. 그렇다 보니 금융투자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고, 투자실적도 좋을 리 없다.

어려운 금융을 왜 지금 굳이 배워야 할까. 세상이 변해서다. 낮은 임금상승률과 1%대 저금리 시대인 지금, 저축을 통해 수익을 내기는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보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투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세상에 떠밀려 ‘돈에 일을 시키는’ 금융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융, 배워야 산다》는 투자에 떠밀린 사람들의 불안감과 공포를 해소하고, 미신과 맹신이 범람하는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금융교육 전문가들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최근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등으로 전 세계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커지고, 알파고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금융업에 핀테크라는 새로운 기회와 일자리 위협을 동시에 가져왔다.

저자들은 “‘자금의 흐름이자 경제적 문제 해결’이라는 금융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며 “투자 불안을 해소하고 전망의 신뢰를 높이려면 스스로 금융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인에게 내맡기는 투자는 사도 불안하고 팔아도 불안하다. 가격이 올라도, 내려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금융투자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으니 금액을 키울 수도 없고, 설령 운이 좋아 기회를 잡는다 하더라도 수익은 보잘것없다. 투자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저자들은 투자자들이 한 번쯤은 궁금해 했던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중 부동산, 원자재, 채권, 주식, 외환 중 어느 분야의 전망이 더 쉬울까. 예측 수준이 높은 순으로 정리해 보면 ‘채권>부동산>주식>외환>원자재’로 볼 수 있다. 예측 수준은 투자 규모를 정할 때 필요하다. 예측하기 어려운 원자재의 비중은 적어야 한다. 각 자산에 대한 분석 기법도 다르다. 부동산이나 채권은 내재적 가치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본적 분석이 적합하고, 원자재나 외환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초로 가격을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경기순환 주기는 최소 35개월, 평균 49개월이다. 따라서 최소 3년 이상, 평균 4년은 지나야 장기투자라 부를 만하다. 분산투자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개별 종목의 위험인 ‘비체계적인 위험’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50개 종목이 적당하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전문가의 과거 성과에 대한 신뢰성도 ‘4년’과 ‘50개 종목’으로 판단하면 좋다. 이 책은 철 지난 얕은 재테크 방법이 아니라 금융투자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실전을 물리학·생물학·심리학·사회과학·철학·문학 등을 아우르는 쉬운 예를 통해 다루고 있다. 베스트셀러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어본 독자라면 ‘지대넓얕’의 ‘금융편’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김은섭 경제·경영서 평론가

김은섭 < 경제·경영서 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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