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진 기자 ] “개별 자산 가격의 방향성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올해 시장은 특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애셋 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알렉스 응 BNP파리바투자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별 자산의 투자 적기는 가격이 떨어질 때지만 실제로는 가격이 오를 때 돈이 몰려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서는 시장 수익률 이상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멀티애셋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상품 판매량 추이와 시장 상황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2002년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형펀드 판매 비중은 20% 수준이었다. 2007년 85%까지 급증했지만 정작 주식 시장은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급락했다. 이후 2012년까지는 주식 대신 채권형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 역시 2013년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발표하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다시 주식형펀드 판매가 늘어 2015년 6월 정점을 찍자 이번에는 중국 주식시장이 붕괴했다.
응 CIO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멀티애셋 상품은 이 같은 시장 변동성에 노출되는 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멀티애셋 상품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올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 경제 회복기에 접어든 미국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지 여부가 불확실성의 핵심이다. 인플레 속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달러 가치와 미국 무역정책에 영향을 받을 신흥국 시장 투자는 잠시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보다 신흥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추가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인 점도 신흥국 시장에 호재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내 경제 대국 가운데 침체기를 겪는 곳이 없다는 점도 신흥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미국보다 유럽이 더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2008년 이전 경제 수준을 뛰어넘은 미국과 달리 유럽은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경제 수준의 절반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외에 추가로 유럽연합(EU)을 이탈할 국가가 나올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봤다.
응 CIO는 “유럽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데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오르는 등 경제지표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영국 역시 파운드화 가치가 1984~1985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