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아라 기자 ]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기간에 13억 중국인들의 관심사는 어디에 쏠릴까?
답은 '홍바오 고(GO)'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절에 세뱃돈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이 세뱃돈을 '복(福)', '길(吉)' 등 길한 의미의 글자가 새겨진 홍바오(紅包·붉은 주머니)에 현금을 넣어 준다. 최근 눈에 띄는 중국 설 명절 신(新)풍속도는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홍바오'를 주고 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 기술까지 접목한 모바일 홍바오 이벤트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대륙의 설 풍속을 바꾸고 있다.
◆ 중국 명절 新풍속도…모바일 홍바오 반응 '폭발적'
중국 모바일 홍바오 시장은 2014년 현지 SNS 웨이신이 히트시킨 웨이신 홍바오(微信紅包)를 기점으로 지난 3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4년 춘제 전날 기준 웨이신을 통해 홍바오를 주고 받은 횟수는 1600만 건이었다. 2015년 10억1000만 건, 2016년 80억8000만 건으로 2년새 700배로 폭증했다. 지역신문 '베이징천바오'는 이번 설에도 전체 중국인들의 75%가 모바일 홍바오를 주고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 홍바오가 인기를 얻으면서 웨이신뿐 아니라 중국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와 대형 포털사이트 바이두도 모바일 홍바오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5년 2월18일 웨이신은 중국 중앙방송국(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晩)'을 통해 프로모션을 펼쳤다. 참여자가 자신의 웨이신에 접속해 휴대폰을 흔들면 모바일 세뱃돈 프로모션에 응모할 수 있었다. 당시 1분당 휴대폰 흔들기 횟수는 8억1000만 건에 달했다. 춘완 방영 기간 전체로 보면 무려 110억 건이었다. 13억 중국 인구 모두가 8번씩 흔든 셈이었다.
이에 질세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이튿날 "외계인은 누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나?"란 질문과 함께 알리페이를 통해 홍바오 99만여 개를 풀었다. 1억 개의 답안이 등록되기까지 2분36초 걸렸는데 정답을 맞춘 1500만 명이 홍바오를 받았다. 홍바오의 열기를 짐작할 만한 에피소드다.
◆ 하늘에서 돈이 내려온다…'홍바오GO'?
모바일 홍바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대표 IT 업체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앞다퉈 각종 홍바오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포켓몬 고'를 본따 만든 '홍바오 고'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구글 지도서비스가 차단돼 포켓몬 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중국판 홍바오 고는 포켓몬 고와 유사하게 기존 모바일 홍바오 기능에다 AR 기술을 접목했다고 보면 된다.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알리페이는 지난해 위치기반서비스(LBS)에 AR 기술을 접목한 홍바오를 출시한 바 있다. 알리페이에서 스마트폰 위치탐색 기능과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실제 위치에 숨겨진 홍바오를 찾는 것이다.
텐센트 보유 메신저 QQ는 LBS와 AR 기술을 적용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홍바오를 받게 했다. 사용자는 QQ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현실 세계가 보이는 QQ 앱 화면을 통해 하늘에서 홍바오가 떨어지는 지점 부근에서 홍바오를 찾으면 된다. 지역마다 홍바오가 떨어지는 시간이 달라 잘 확인해야 한다. 웨이신, QQ 등 SNS 플랫폼을 보유한 텐센트는 이달 11일 춘제 기간 홍바오 이벤트에 2억5000만 위안(약 425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인위 텐센트 부총재는 "사용자들이 더 재미있게 모바일 홍바오 기능을 즐길 수 있도록 AR 기술을 적용했다"며 "하늘에서 내리는 홍바오 등 관련 서비스는 올해 샤오녠(小年·음력 12월23일) 춘제 전날까지 QQ를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통문화 + 핀테크 결합 '좋은예'…오락적 요소도 인기
중국인들 사이에서 모바일 홍바오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것은 넓은 중국 대륙 각 지역에 흩어진 친척들이 공간적 한계에서 벗어나 소통의 통로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을 즐기는 중국인의 특성도 자극했다.
실제로 모바일 홍바오 이벤트는 무조건 당첨되지는 않는다. 앞서 QQ가 진행한 홍바오 이벤트는 돈주머니를 발견해도 화면에 표시된 3개의 봉투 중 돈이 들어있지 않은 봉투를 고르면 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웨이신 등 개인 메신저에서는 2명이 서로 모바일 홍바오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체 메신저 홍바오 놀이를 할 경우엔 별도 금액 설정을 하지 않으면 각각 다른 금액의 세뱃돈이 뿌려진다. 무작위(랜덤) 세뱃돈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익명의 대상에게 뿌리는 홍바오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오락적 요소가 강하다.
주옌펑 재경평론가는 "모바일 홍바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벤트에 함께 참여하고 서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서 "오락적 특성까지 가미돼 모바일 홍바오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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