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 늘더니…커피 시장도 '고급화' 바람

입력 2017-01-28 09:00  


# 직장인 장소연(31, 여)씨는 퇴근 후 스페셜티 매장을 찾아 파스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주문했다. 아카시아꿀과 라즈베리 향이 섞인 이 커피는 차를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점심 한끼보다 비싼 7900원이지만 원두커피가 주는 풍미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퇴근 후 한 잔의 커피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자신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작은 사치로 자기 만족을 누리려는 '포미족'(For Me: 나를 위해 소비하는 싱글족)이 늘면서 커피 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포미족은 자신 만의 개성을 중시하는만큼 평범한 믹스커피보다는 집에서 직접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캡슐커피를 즐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믹스커피 판매는 줄고 원두·드립커피와 캡슐커피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커피 전문점들은 포미족 소비 트렌드에 맞춰 고급 원두로 만든 커피를 판매하는 이른바 '스페셜티'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홈메이드용 원두커피 판매 '최고치'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1911만 가구 중 520만 가구(27.2%)로 가족 형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20~30대 1인 가구는 전체 25% 이상인 약 183만 가구다.

젊은 1인 가구 중에선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포미족'이 많다. 포미족이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포미족에겐 커피 하나도 '작은 사치'에 들어간다. 이들에게 커피는 더 이상 '잠을 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원두의 풍미와 맛으로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직접 집에서 원두 커피를 내리는 번거로움도 감수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원두커피를 총 126억원 어치 판매했다. 2011년 이후 최대다. 특히 해외에서 수입한 고급 원두커피 판매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마트는 브라질 세라도 지역을 비롯해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8개국 커피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고 원두를 들여온다.

커피 유통 전문 브랜드 어라운지에서도 지난해 1인 커피 용품 매출이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1인 커피용품은 한 번 추출하면 1~3잔 분량을 마실 수 있는 드리퍼와 필터, 그라인더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주로 소비하던 믹스커피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AC닐슨에 따르면 2015년 55.2%였던 믹스커피 규모는 지난해 42.9%로 쪼그라들었다. 원두형커피는 지난해 57.1%로 3년째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캡슐커피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네스카페 돌체구스토의 주요 이용 고객층은 개인이다. 캡슐커피 머신을 이용하는 전체 고객 중 가정은 60%를 차지하는 반면 회사는 40%다.

지난해 말 네스카페 돌체구스토는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6년 만이다.

마리아 테레사 멘데스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총괄상무는 "한국에서 돌체구스토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캡슐커피 머신에 대한 활용도가 높은 만큼 프랑스처럼 보급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몸집 키우는 커피전문점 스페셜티 매장

커피전문점의 스페셜티 매장 매출도 늘고 있다.

앤제리너스 스페셜티 매장에서 판매하는 '플랫화이트'는 지난 1일~15일 판매가 작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플랫화이트는 진한 에스프레소 위로 밀크 폼이 얇게 올라가는 커피다. 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스페셜티 매장 1호점인 엔제리너스는 매년 17%씩 매출이 오르고 있다"며 "현재 20개인 스페셜티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도 2014년 5개로 출발한 리저브 매장을 현재 60개까지 늘렸다. 리저브 커피는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해 한정된 기간에만 만나볼 수 있는 최상급 커피다.

60개 매장 중 9개는 커피포워드(Coffee Forward) 매장이다. 리저브 원두의 추출방식이 클로버 뿐 아니라 POC(핸드드립), 사이폰, 최상급 에스프레소 머신 블랙이글로 확대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추출 기구를 선택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 평가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최상위 등급(약 7%)에 속하는 커피를 말한다. 커피 고유의 향이 뛰어나다는 게 특징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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