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하 중소기업부 기자) “소상공인의 날? 장사도 안 되는데 그런 거 신경 쓸 틈이 어딨어요” 서울 중구에서 수제 신발 가게를 3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님은 괜시리 진열대 위 구두만 매만졌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은 잘 모르거나 시큰둥해 하는 눈치입니다.
지난해 2월26일 처음 열렸던 ‘소상공인의 날’ 행사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소상공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지역주민과의 관계 증진 등을 위해 2015년 5월 시행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정된 법정 기념일입니다. 소상공인을 독려하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환기해 소비도 늘려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행 1년 만에 날짜가 변경될 예정입니다. 올해 열릴 예정인 제 2회 소상공인의 날은 11월 중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10월에 예정된 소상공인 행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실학자인 박제가 선생 기념일에 맞춰 의미를 더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소상공인의 날은 주관이 1회 때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맡았다가 올해부터 연합회로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합회가 예산을 넘겨받지 못했던 탓입니다. 예산 없이는 행사를 진행할 수 없으니 결국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게 날짜 변경이었습니다. 올해 행사 예산을 넘겨주지 않은 공단 쪽도 나름의 입장은 있습니다. 예산으로 관련 업무 인력을 미리 뽑아놓았는데 갑자기 해고할 수도 없다는 이유입니다. 공단과 연합회의 입장을 조율해야 할 중소기업청 역시 가만히 손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행 2년 만에 삐걱대는 소상공인의 날을 보면, 상인들이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왜 시큰둥해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정부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노력을 실제 소상공인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끝) /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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