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美 장난감 매장에선 주식도 팔까요?"

입력 2017-01-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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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30대 가장 마이클씨는 새해를 맞아 딸의 손을 이끌고 미국 최대 완구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Toysrus)로 향했다. 마이클씨의 딸은 집에서 반려견의 먹이를 챙겨주며 용돈을 받는다. 그는 기특한 딸을 위해 이곳 토이저러스에서 파는 마텔 주식(문서로 된 주권)과 마텔이 만든 바비인형을 함께 선물했다.

미국 토이저러스는 매장에서 장난감과 함께 주식을 판매한다. 부모들은 장난감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주식으로 미래를 선물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다면 사교육비에 돈을 쏟지 말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에서는 명문대 졸업장을 가진 사람보다 일찍이 경제관념을 정립한 자본가가 대접 받는다는 논리다.

그는 "과거에는 명문대 졸업장이 성공한 인생을 보장해줬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백수 되기 십상"이라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걸 아이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휴식과 놀이를 통해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사교육비를 주식에 투자하라고 했다. 성장한 자녀에게 더 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존 리 대표는 "한국은 사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노후준비도 무너지고 있다"며 "사교육비를 주식에 투자하고, 아이들이 일찍 경제에 눈 뜨도록 한다면 교육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했다.

"내 아이, 옆집 애라고 생각해라"

다음 달부터 존 리 대표는 매월 첫째 토요일에 서울시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엄마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다. 첫 강연은 내달 4일이다.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증권 계좌를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꼭 메리츠의 계좌가 아니어도 된다.

존 리 대표는 이 강연에서 교육관, 경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그의 교육관은 '내 아이를 옆집 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언뜻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주고 아이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에게 목 매는 순간부터 아이의 자립심은 땅에 곤두박질치게 된다"며 "내 아이를 옆집 애라고 생각하면 쓸데없이 돈을 쓰거나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생각에 대학생인 아들의 인턴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아내의 부탁도 거절했다. 존 리 대표는 "내가 회사의 대표로 있는 것과 아들이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인턴을 시켜 주면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아이의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어느 회사든 스스로 인턴에 지원하고, 떨어지면 그 역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국의 교육제도에도 쓴소리를 냈다. 죽은 교육이라는 거다. 존 리 대표는 "미국은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지만 모두 다 같이 잘 되라고 교육한다"며 "(반면) 한국은 친구가 떨어져야 내가 올라가는 시스템 속에서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게 끔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들이 경쟁에만 내몰려 협동과 배려를 등한시 하지 않도록 엄마들이 먼저 변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냉수 먹고 이 쑤실 생각 마라"

옛 속담에 냉수 먹고 이 쑤신다는 말이 있다. 냉수를 마셔 놓고 고기를 먹은 척 이를 쑤신다는 것인데 실속은 전혀 없고 겉으로 있는 체함을 이른다.

존 리 대표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가 한국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했다. 돈을 허투루 쓴다는 지적이다.

그는 "하우스 푸어, 카 푸어라는 용어들은 실속보다 겉치레를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며 "수입에 걸맞은 소비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면을 중시하다가는 가난을 피할 수 없고, 결국엔 빈곤한 노후를 맞게 된다"고 했다.

저축은 답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1~2%대의 이자가 적용되는 저축통장은 돈을 재우는 곳이라는 것. 그는 "저축은 내가 벌어놓은 돈이 쉬면서 잠을 자는 것"이라며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내가 번 돈에 일을 시켜야 한다. 그것이 주식"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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