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도깨비(공유)는 문득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린 연인(김고은)을 바라본다. 그는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첫사랑이었다"고. 마주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뒤로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캐나다 퀘벡이다.
#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광화문 한 식당.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는 가운데 김진아(여, 31세)씨는 오늘도 동료를 붙들고 '도깨비'를 얘기한다. "도깨비 끝나니 마음이 허해. 그나저나 캐나다 퀘벡 너무 가보고 싶어." 옆에 있던 또 다른 동료 오지형(남, 32세)씨가 알은 체를 한다. "여자친구도 그 얘기 하더라. 퀘벡 가자고. 근데 뭐 간다고 '공유'라도 만나겠어."
드라마 '도깨비'와 '푸른 바다의 전설' 속 배경이 된 퀘벡(캐나다)과 바르셀로나(스페인)가 여행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도깨비가 신부를 만나고 인어가 사랑에 빠진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맞물려 두 도시에 대한 여행 수요가 부쩍 늘어났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모처럼 드라마가 가져온 장거리 여행에 대한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 퀘벡 항공권 검색률 쑥쑥
30일 여행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최근 이용자들의 항공권 검색 추이를 분석한 결과 퀘벡과 바르셀로나에 대한 검색률이 크게 상승했다.
한국에서 퀘벡으로 떠나는 항공권 검색률은 드라마 '도깨비'가 전파를 탄 1월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배 급증했다. 같은 달 바르셀로나로 가는 항공권 검색률도 작년보다 2.2배 증가했다.
스카이스캐너 관계자는 "두 도시에 대한 항공권 검색률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드라마 덕분"이라며 "'도깨비'와 '푸른 바다의 전설'에 배경으로 나온 후 여행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퀘벡과 바르셀로나에 대한 관심은 여행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 두 도시에 대한 상품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캐나다 퀘벡은 주요한 여행 도시가 아니었지만 도깨비로 인해 인기 도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한진관광 관계자도 "수치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드라마 방영 이후 여행자들의 문의가 늘어난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퀘벡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로, 캐나다에 속해 있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퀘벡 중심지인 '퀘벡시티'는 작은 프랑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럽 분위기가 난다.
'도깨비'에서 가장 많이 보여진 곳은 퀘벡시티 안에 있는 '페어몬트 샤또 프롱트낙 호텔'. 청동 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퀘벡시티 랜드마크다.
지은탁(김고은)이 김신(공유)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었던 우편함이 이 호텔 로비에 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도시다. 중세 시대 건축물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
인어 심청(전지현)이 허준재(이민호)를 처음 만난 베구르,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며 가까워졌던 토사 데 마르 등이 가볼만 하다.
◆ 드라마 효과에 여행 상품 줄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 TV 속 여행지들이 각광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로 대만이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그리스도 주목 받았다.
항공·여행업계는 그러나 장거리 여행지인 퀘벡과 바르셀로나가 동시에 뜬 건 이례적이라며 '드라마 효과'를 잡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올해는 여름 성수기 뿐 아니라 5월 황금연휴(5월3일~7일)와 10월 추석대목(9월30일~10월9일)이 있는만큼 장거리 여행 수요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나투어는 퀘벡과 토론토를 묶어 5박7일로 다녀올 수 있는 '도깨비 신부의 선택'이란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에어캐나다 항공사와 여행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도깨비 신부가 사랑한 퀘벡 8일' 상품도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을 주 3회(월,수,금) 신규 취항한다. 기존 마드리드 노선에 더해 바르셀로나 노선이 새로 생기면 관련 여행 상품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바르셀로나 취항으로 스페인을 방문하려는 여행자들이 일정을 짜기 수월해졌다"며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여행 상품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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