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빙하가 녹은 자리…아이슬란드, 태초가 숨쉰다

입력 2017-01-30 17:19   수정 2018-05-02 15:33

초록빛이 넘실~ 숨 막히는 '오로라 쇼' 이게, 인생 여행

게이시르 간헐천 30m 물기둥이 펄펄 용솟음치는 에너지
지축을 흔드는 폭포…굴포스, 야성 깨우는 울부짖음




찬바람이 스미는 겨울이면 떠오르는 여행지가 있다. 대서양 한가운데 빙산처럼 둥둥 떠 있는 아이슬란드다. 타오르는 대지, 거대한 빙하, 웅장한 폭포 등 지구 태초의 풍광을 품은 아이슬란드는 겨울이 되면 그 매력이 배가 된다. 아이슬란드를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섬 전체를 둥그렇게 돌며 주변 명소를 탐방하는 링로드 일주다. 그중에서도 ‘골든 서클(Golden Circle)’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골든 서클은 섬 남서부에 포진한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굴포스(Gullfoss), 게이시르(Geyser), 싱벨리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을 아우른다. 수도 레이캬비크와 가깝고 1년 내내 접근할 수 있어 초심자도 쉽게 여행할 수 있다. 골든 서클의 다채로운 풍경부터 신비로운 오로라까지, 아이슬란드의 완벽한 겨울을 즐겨보자.

지질학적으로 의미가 깊은 싱벨리어 국립공원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벗어나 1번 국도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도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도로 양옆으로는 자연만이 끝없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탁 트인 대지를, 반대쪽에는 눈부신 설산을 벗 삼으며 사십여분을 달린다. 이윽고 눈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용암 절벽이 나타난다.

골든 서클의 첫 번째 목적지인 싱벨리어 국립공원이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볼거리 많은 아이슬란드에서도 의미가 각별한 곳이다. 아이슬란드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 최초의 민주 의회로 여겨지는 알싱(Alþingi)이 개최된 장소기 때문이다. 싱벨리어라는 이름 또한 아이슬란드어로 ‘만남을 위한 평원’을 의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바로 이곳에서 만난다. 두 대륙판 사이의 경계는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데 지금도 1년마다 약 2㎝씩 벌어지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지구를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신비로운 장소인 셈이다. 싱벨리어 국립공원

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구석구석을 깊게 살펴볼 수 있도록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취향과 여건에 따른 적합한 코스를 골라 둘러보는 것이 좋다. 메인 트레일을 따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열곡 사이를 천천히 걷는다. 옥사라포스를 비롯해 의회가 열렸던 실제 장소인 낮은 바위(The Low Rock), 50개의 부스 등과 같은 유적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지만, 오래전부터 이곳에 모여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논했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경건해진다. 인포메이션센터 앞에 있는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싱벨리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눈에 담기 위함이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호수인 싱그바라바튼(Þingvallavatn)과 순수함 가득한 싱벨리어의 풍광이 눈부시게 빛난다.

중력을 거스르는 힘, 게이시르 지열 지대

싱벨리어 국립공원에서 서쪽으로 약 60㎞ 거리에는 게이시르(Geyser) 지열 지대가 있다. 게이시르는 우리말로 하면 ‘간헐천’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증기와 가스를 분출하며 용솟음치는 온천을 뜻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연못에선 물이 팔팔 끓고 있고, 주변은 수증기로 새하얗게 뒤덮였다. 게이시르 지대에는 2개의 주요 간헐천이 있다. 그레이트 게이시르(Great Geyser)와 스트로퀴르(Strokkur)다. 이 일대 이름이기도 한 그레이트 게이시르는 1916년 활동을 멈췄다. 현재는 스트로퀴르만이 5~10분 간격으로 약 30m의 물기둥을 뿜어내고 있다.

약 80m 넘게 솟구치던 그레이트 게이시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유황이 빚어낸 형형색색의 스트로퀴르 주변으로 여행객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듣고 숨을 죽인 채 웅덩이를 응시한다. 기포가 부글부글 올라오더니 커다란 물줄기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솟구친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하고 박수를 친다. 사방에선 카메라 셔터 세례가 쏟아진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세상에 이보다 감동적인 워터쇼는 없을 것만 같다.

황금처럼 빛나는 남부 최대 폭포, 굴포스

아이슬란드는 폭포의 나라다. 대표적인 폭포는 약 30개 정도지만 이름 없는 것까지 합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마당에 폭포 하나씩은 두고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섬 북부에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배경지이자 유럽 최대 유량을 자랑하는 데티포스(Dettifoss)가 있다면, 남부에는 굴포스(Gullfoss)가 있다. 굴포스란 황금(Gull) 폭포(Foss)란 뜻인데 폭포에 빛이 드리워지면 황금색을 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골든서클의 하이라이트이자,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약 10분 정도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니 폭포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낸다. 흐비타 강에서 흘러온 물이 계단 형태를 따라 맹렬하게 내려오다 대지 깊숙한 곳으로 끝없이 낙하한다. 아이슬란드에서 수많은 폭포를 봤지만 단연 손에 꼽을 만한 장관이다.

길을 따라 더 내려가면 코앞에서 굴포스를 마주할 수 있다. 물보라에 온몸이 흠뻑 젖을 만큼 가깝다. 다른 자연명소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안전장치는 없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기는 것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온전히 본인 스스로의 몫이다. 굴포스 앞에 서니 이 세상에 폭포와 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한 기분이다. 대지를 쩌렁쩌렁 울리는 폭포 소리,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함께 참을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겨울 아이슬란드 여행의 별미, 오로라

아이슬란드가 겨울철 로망 여행지로 부상하게 된 것은 ‘오로라’의 영향이 크다. 신의 영혼이라고도 불리는 오로라는 태양이 방출한 플라스마와 지구의 공기 입자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파장이다.

주로 아이슬란드, 캐나다, 알래스카 등지에서 발견된다. 사실 아이슬란드에서도 오로라를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계절과 기후를 포함한 여러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이슬란드가 오로라 여행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과 오로라의 조화는 지구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오로라 헌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기예보나 오로라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주시해야 한다. 오로라 예보 사이트는 시시각각 어느 지역에 오로라가 나타날 예정인지 지도를 통해 알려준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오로라 지수다. 오로라의 세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부터 9까지의 숫자로 이뤄져 있다. 레벨 1은 육안으로는 확인이 힘들고 레벨 3 정도부터는 하늘에 초록 비단이 넘실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운이다. 기상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고, 내가 있는 지역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오로라가 출몰할 수도 있다. 혹은 예상치 못했을 때 기적처럼 오로라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도 레이캬비크로 돌아와 밤거리를 걷는다. 사람들이 웅성대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초록색 빛이 하늘에서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다. 뜻하지 않은 하늘의 선물에 어안이 벙벙하고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는다. 도시 한복판에서 보는 오로라라니, 아이슬란드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을 신비로운 풍경이다.

여행 정보

골든 서클 투어 입장료 무료
현금보단 카드 사용하세요

한국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직항은 없다. 영국이나 핀란드, 덴마크 같은 주변 유럽 국가를 경유해야 한다.

골든 서클을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여행사의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과 렌터카로 자유 여행하는 방법이 있다. 골든 서클의 시작점은 어디가 돼도 상관은 없다. 레이캬비크에서 출발한다면 싱벨리어 국립공원~게이시르~굴포스 순이 일반적이다.

골든 서클 투어의 관광지들은 입장료가 모두 무료다. 게이시르로 가는 길목에는 케리드라는 분화구가 있다. 색채의 아름다움이 뛰어나 함께 들러볼 만하다(입장료 2유로). 숙소는 수도 레이캬비크나 거점 도시인 셀포스, 동쪽으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헬라, 비크 같은 도시에 잡는 것이 좋다.

아이슬란드 화폐단위는 크로나(ISK)이며 현금보다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레이캬비크=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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