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보료 개편, 이해당사자 영향력 최소화해야

입력 2017-01-30 17:41  

"피부양자 인정기준 강화한 개편안
혜택 못받게 된 직장가입자 설득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대비해야"

윤희숙 <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안이 지난 24일 발표됐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편 논의를 정부 관점에서 집대성한 계획이다. 이제 정부안을 기반으로 국회 논의가 잇따를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각종 이해그룹이 영향력을 미치려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논의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선 정부안의 주요 내용과 예상 쟁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의 의미는 한마디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현대화’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경제발전 정도가 낮았던 1977년 대규모 사업장에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이래 12년이라는 초단기간에 도시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 국민을 포괄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는 성공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제발전 정도가 낮고 비공식 부문의 비중이 큰 상태에서 정책인프라가 미약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크다.

대표적으로 ‘유리지갑’이라 일컬어지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자영자 소득파악률이 낮았기 때문에 지역가입자에게는 재산보험료를 부과하는 변칙적인 방식을 찾았고, 이런 부과원칙에 적용되는 인구를 되도록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인구를 피부양자라는 명목으로 직장가입자인 혈연에 무임승차하도록 했다. 저소득 지역가입 가구의 경제력을 파악하기 어려워 비록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가구원 구성에 따라 소득이 있을 것이라 간주하는 제도 역시 지금의 관점에서는 비상식적이다.

이로부터 불거진 대표적인 문제점은 첫째 ‘송파 세 모녀’의 경우에서처럼 저소득 지역가입 가구가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 둘째 실직이나 취업 등으로 가입자격이 바뀔 경우 보험료 변동이 커서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 셋째 경제력을 갖춘 고령자 독립가구도 피부양자 제도에 기대어 보험료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 것, 넷째 복잡한 부과원칙을 대부분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부과체계 개편이란 기본적으로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소득파악 능력이 향상된 것과 맞물린다. 비합리성을 인지하면서도 불가피했던 여러 문제를 현재의 개선된 정책인프라 속에서 시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는 고령화사회의 준비이기도 하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650만명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상당한 경제력을 갖췄기에 직장가입자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 부담이 면제되는 것은 보험재정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이번 개편안은 전반적인 부과원칙을 단순화하면서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담을 줄였고,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기준을 강화했다.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단, 수용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단계적 접근이니 미래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공수표가 되기도 쉽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현재의 정부안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것에 누가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관건이다.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는 내용은 큰 쟁점이 예상되지 않는 반면 핵심 쟁점은 고소득 은퇴자의 피부양자 인정 기준 강화다. 대표적으로 공무원노조, 교원노조의 반발이 클 것이다. 또 부모나 장인장모, 시부모를 본인 보험증에 편입시키는 것을 일종의 직장인 혜택으로 인식해온 근로자 조직들도 그간 반대 의견을 밝혀 왔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사회에서 부담능력이 있는 고령자와 그렇지 못한 고령자를 구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경제력이 있는 고령자는 본인의 몫을 마땅히 부담해야 한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이들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행사될 것이며 관련 내용이 이를 뚫고 유지될 것인지, 오히려 더 원칙적으로 강화될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직면한 우리의 대처 자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윤희숙 < 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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