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행정명령 강행
트럼프 "미국 안전을 위한 문제"…이란 등 7개국 비자·입국 불허
항공기 탑승 거부되고 억류 속출
안팎서 거세지는 반발
주요 공항서 '반트럼프' 시위 확산…미국 법원·의회 "헌법 위반" 반대
해당국들 미국에 보복 조치 검토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등 7개 테러위험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인사, 외국 정상까지 비판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안전을 위한 문제”라며 행정명령을 취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7개국 국민 미국 입국 금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공표한 행정명령은 7개 테러위험국(이라크, 이란,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 국민에 대한 미국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최소 90일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난민 심사를 강화하고 난민의 미국 입국도 120일 동안 중단시켰다.
입국 및 비자 발급 금지 대상은 7개 국가 한 곳과 다른 국가의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 국적자도 포함된다. 미국 영주권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극단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으로 해당 국가 출신 국민은 미국 입국이 전면 중단됐다. 해외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하고, 미국에 도착해서도 공항에 억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회 반발에 반대 시위도 확산
행정명령 발동 후 미국 안팎에서 철회를 요구하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 등 15개 주(州)와 워싱턴DC의 법무장관은 29일 성명을 내고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헌법 위반이자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노벨상 수상자 12명을 포함한 미국 학자들도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을 통해 “입국금지 행정명령이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자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뒤집는 입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는 지난 주말을 지나며 전국 규모로 확산됐다. 워싱턴DC는 물론 뉴욕 JFK국제공항 등 지역별 거점 공항에선 시위대가 ‘무슬림 환영’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조속한 행정명령 폐기를 촉구했다. 일부 장소에는 경찰이 배치돼 시위대와 팽팽히 맞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정상들도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이란과 이라크 등 해당국들은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그대로 강행”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확산되자 29일 성명을 냈다. 그는 “7개국 국민에 대한 일시적 입국 금지가 무슬림 입국 금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테러 위협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명령은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행정명령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슬림이 대다수인 나라가 세계에 40개국도 넘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 30일 트위터 계정에선 “32만5000명 가운데 겨우 109명이 억류돼 심사를 받았다”며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을 예고했더라면 ‘나쁜 놈들’이 벌써 미국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행정명령이 7개국을 지목한 배경에 대해 “미 의회가 이들을 테러리스트 은신과 관련한 최고 요주의 국가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며 적용 대상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