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청주 입주 몰리면서 미분양 늘고 집값도 줄줄이 하락
'삼성·KTX 효과' 식은 천안·아산
평택에 반도체공장·SRT 개통…천안·아산 인구유입 매력 줄어
세종에 인구 뺏기는 청주
3년간 1만6605명 세종으로 이사…세종 집값 0.35%↑ 청주 1.65%↓
[ 윤아영 기자 ]
지난 3년간 아파트 18만여가구가 공급된 충청지역이 공급과잉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충청북도와 충청남도는 경상북도 다음으로 주택가격 하락률이 높았다. 올해도 6만가구 가까운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어 가격 하락과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 물량 부담 내년까지 이어져
31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충청지역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총 5만8364가구로 지난해보다 24% 많다. 충청지역에선 지난 3년간 연평균 4만5000여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2012~2013년 연간 1만6600여가구가 입주한 것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부터 3년간 연간 6만가구가 신규 분양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입주가 예정돼 있다.
소화불량에 걸리면서 미분양 아파트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충남의 미분양 아파트는 모두 9323가구로 경기(1만3362)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서울을 벗어난 인구가 몰리고 있는 경기와 달리 입주 수요가 적은 충남은 미분양 주택과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입주 물량 부담으로 지난 한 해 충남과 충북 주택 가격은 각각 1.39%와 1.22% 떨어졌다. 구미(-4%), 포항(-2.06%) 등 산업도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2.83%) 다음으로 큰 하락폭이다. 충청권 대표 도시인 아산(-1.89%), 청주(-1.65%), 천안(-1.52%) 등이 가격 하락을 선도했다.
◆충청 인구 빨아들이는 세종, 경기 평택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종, 경기 평택 등 인근 도시의 성장으로 인한 ‘빨대효과’가 충청지역 아파트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청사가 이전하면서 형성된 세종시는 대전 청주 등 주변 도시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란 평가다. 생활편의시설이 늘어나면서 새 아파트, 저렴한 전세를 찾는 충청 도민들의 이주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대전 시민 5만5000명 이상이 주소지를 세종으로 옮겼다. 대전시 인구 100명 중 3~4명이 이사한 셈이다. 충북 청주에서도 지난 3년간 1만6605명이 세종으로 이사했다.
이 영향은 고스란히 집값에 반영됐다. 지난 1년간 세종시의 주택 가격이 0.35% 오를 동안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이 있는 청주 상당구 집값은 2.47% 떨어졌다.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원구 복대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 격차가 1000만원밖에 나지 않는데도 아파트 수요층이 전세만을 찾고 있다”며 “신규 아파트 분양과 입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기존 아파트 매수를 기피하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남 천안·아산 지역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조성의 유탄을 맞았다. 천안·아산의 인구 유입을 이끌었던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15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어 평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수서발고속철도(SRT)가 평택 지제역에 정차하면서 대중교통 여건 차이도 사라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천안·아산은 그동안 KTX 때문에 지방이 아니라 수도권과 함께 집값이 움직이는 입지였지만 지금은 그 메리트가 뚝 떨어졌다”며 “아래로는 세종, 위로는 평택에 수요자들을 빼앗기면서 과잉공급 우려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기준 천안 미분양 아파트는 3042가구로 1년 전에 비해 1030가구 증가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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