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에서 40년 넘게 일한 틸러슨은 석유와 가스산업을 매개로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적대적인 제3세계 지도자들과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틸러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5년 넘게 사귀어온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지난해 러시아의 가스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대상국은 주로 유럽국가들인데 특히 덴마크가 전년 대비 2.5배의 가스를 수입한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유럽 국가들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소비량의 25%를 러시아가 공급한다. 또 독일은 러시아 수출 원유의 35%를 수입한다. 따라서 만약 러시아와 여러 갈등이 생길 경우 유럽 경제에 미칠 파장은 알 수 없다.
미국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다시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복귀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5월 에너지산업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플랜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화석에너지산업 육성 및 탄소 규제 완화, 기후 변화협약 탈퇴다. 트럼프는 이런 방향 전환을 통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은 석탄 등 미개발 화석에너지 가치가 50조달러(약 6경원)에 달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완전한 에너지 독립국가로 만들어 에너지를 수출해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연간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에너지정책 컨트롤타워는 산업통상자원부다. 하지만 산업부는 에너지 말고도 무역, 통상, 산업기술 등 다양한 정책을 책임지고 있다. 에너지와 관련한 전문성 있는 정책 수립과 집행력이 부족하다. 세계 에너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수행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우리의 선택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다.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
강천구 < 한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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