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탄핵심판 '셈법'
재판관 8명 중 3명만 반대해도 탄핵 기각
'3월13일 전이냐 후냐' 놓고 양측 전략 고심
[ 고윤상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64·사법연수원 13기)이 6년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31일 퇴임했다. 헌재는 ‘완전체’인 9명에서 8명 체제로 운영된다.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파면 결정)을 위한 의결 정족수가 ‘7명 이상 참석, 6명 이상 찬성’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 명의 이탈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소장은 퇴임사를 통해 ‘조속한 결론’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의 격동 속에 대통령 직무정지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박 소장은 앞서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8인 체제로 달라진 셈법
박 소장은 정치권에 당부도 남겼다. 그는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영역에서 계층 사이의 이해관계 상충과 사회적 대립을 방치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조정하고 헌법질서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데 무엇보다 정치적 대의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뜨거운 감자’인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국민행복,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1983년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딘 박 소장은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을 지낸 뒤 2011년 서울 동부지청 검사장을 끝으로 물러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갔다.
2011년 2월1일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된 박 소장은 2013년 4월12일 이강국 4대 소장에 이어 검사 출신으로는 첫 헌재 소장에 임명됐다. 헌재 소장으로서 정당(통합진보당) 해산과 간통죄 폐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 굵직한 심판을 맡았다.
헌재는 1일 10차 탄핵심판 변론에 앞서 재판관 8명이 참석하는 전원 회의에서 소장 권한대행을 뽑는다. 선례에 비춰 임명일 기준으로 가장 선임인 이정미 재판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과 2013년 소장 공석 당시에도 선임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았다.
헌재 재판관이 8명으로 줄었기 때문에 탄핵심판 인용과 기각을 결정하는 셈법도 달라지게 됐다. 탄핵심판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고 이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8명 가운데 2명이 반대할 땐 인용이지만 3명이 반대하면 기각된다. 오는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해 총 7명이 되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심판 시기 두고 양측 줄다리기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간에는 탄핵심판 시기와 재판관 숫자를 둘러싼 신경전이 시작됐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입장에선 탄핵심판을 3월13일 이후로 끌고 가는 게 유리하다. 재판관이 7명만 남으면 2명만 반대해도 기각되기 때문이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탄핵심판에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변호사 강제주의는 ‘각종 심판 절차에서 사인(私人)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을 경우 심판 청구나 수행을 할 수 없다’며 변호사를 반드시 두도록 한 헌재법상 원칙이다.
앞선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전원 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응한 조치다. 국가기관인 대통령은 단순한 사적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 대리인 없이도 탄핵심판 진행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전원 사퇴 대신 이날 검사 출신인 최근서 변호사(58·사법연수원 13기)를 추가 선임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중환(57·사법연수원 15기),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 등 13명으로 늘어났다. “3월13일 이전까지 탄핵심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박 소장의 발언에 반발해 “중대결심” 가능성을 밝히는 등 대리인단 전원 사퇴까지 시사했지만 오히려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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