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스트레스 달고 살다 '농원'이란 작품 보고 위안
15년간 60여점 작품 구입…은퇴 후 작은 미술관 꿈꿔
[ 김우섭 기자 ]
서울 도산대로 안다자산운용 본사는 도심 속 작은 갤러리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강익중 작가의 작품 ‘달항아리’가, 사무실 안쪽 접견실엔 영국 유명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판화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이 걸려 있다. 미국 유명 작가인 알렉스 카츠나 색채 화가로 유명한 이대원 작가의 작품도 사무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권욱 회장은 “매일 ‘성적표’가 나오는 펀드매니저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안다자산운용은 고액 자산가가 주로 애용하는 ‘한국형 헤지(사모)펀드’를 운용하는 투자회사다. 최 회장은 1999년 6월 코스모투자자문을 설립해 6년 만에 회사를 투자자문업계 1위 자리에 올려 놓으면서 유명해졌다. 2010년 지분을 모두 팔고 1년 후 안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대기업 계열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업계 3~4위(설정액 기준)에 올라 있다.
최 회장이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건 ‘정보기술(IT) 버블’의 끝 무렵인 2001년이다. 서울 삼청로에 있는 현대갤러리에 우연히 들렀다가 이대원 작가의 작품 ‘농원’을 본 뒤 그림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당시 주식시장에 IT 거품이 꺼지고, 고객 자산이 4분의 1로 줄어들어 무척 힘든 상황이었어요. 수년 동안 모은 돈도 대부분 직원 월급 등으로 주면서 써버렸죠.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이 작가의 농원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림에 문외한이던 그는 당시 종잣돈을 마련해 이 그림을 3000만원에 샀다. 이후에도 매년 3~4점씩 그림 등 예술 작품을 모으고 있다.
최 회장은 매년 3월 열리는 아시아 최대 미술품 전시회인 ‘아트 바젤 인 홍콩’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015년엔 100만달러를 훌쩍 넘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귀부인’이란 작품을 이 전시회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그가 소장한 작품은 60여점이다. 다만 주식처럼 작품의 가치를 매겨 투자 개념으로 그림을 모으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 15년 동안 단 한 점의 그림도 되판 적이 없어요. 은퇴 후 작은 미술관을 차려 그때까지 모은 작품들의 가치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최 회장의 또 다른 취미는 ‘바이크’다. 봄여름 주말이면 시간을 내 바이크를 탄다. 설악산으로, 양평으로 가벼운 여행을 떠날 때도 바이크와 함께한다. 1주일 이상 휴가를 내고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으로 바이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최 회장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쳐다보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창의력을 높이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짧은 시간에 재충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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