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트럭, 전기차 등도 조만간 국내 상륙
중국산 자동차가 한국 '텃밭'으로 몰려들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하더라도 롤스로이스나 BMW,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현대차 싼타페, 한국GM 스파크 등의 다지인을 베껴서 내놓는 등 '짝퉁 디자인'이라는 오명을 받었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양새다.
특히 승용차에 이어 픽업트럭, 승합차, 대형버스, 화물차 등 거의 모든 차종이 조만간 한국 안방까지 밀고들어올 태세여서 국내 완성차 업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첫 중국산 승용차인 북경은상기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출시 초반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계약을 시작한 켄보 600은 초도 물량 120대의 절반인 60대가량이 판매됐다. 올해 판매 목표는 3000대로 잡았다.
중한차 관계자는 “전국 30개 대리점에 시승 예약이 몰리는 등 초반 고객 반응이 뜨거운 상황"이라며 "국내 동급 차량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초반 관심이 판매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켄보 600의 무기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모던 트림은 1999만원에 불과해 동급 국산차량보다 수백만 원이나 싸다. 관심을 보이는 고객 층도 애초 예상했던 소형 SUV 고객이 아닌 준중형차 소유자나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법인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한차는 중국 ‘북기은상 자동차’를 국내에 수입하는 회사로, 베이징자동차(북경기차)와 중국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은상실업이 합작해 세운 회사다. 2014년 국내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초 소형 미니밴과 픽업트럭 2종을 들여왔다. 각각 550㎏과 800㎏의 짐을 실을 수 있는 소형 상용차다. 판매가격은 1140만원, 1085만원이다. 이 차들은 한국GM에서 생산하는 다마스와 라보를 경쟁 차종으로 삼고 있다.
중국 둥펑자동차는 1톤 트럭을 국내에 상륙시키기 위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연내에 1톤 트럭 강자인 현대자동차의 '포터'와 자웅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둥펑자동차는 최근 환경부 산하 인증기관에서 1톤 트럭 배출가스 인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배출가스 시험을 마치면 소음 인증 시험을 거쳐 본격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둥펑의 1톤 트럭 가격이 10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될 경우 가격에 민감한 소상공인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둥펑자동차 외에도 정부 인증 절차를 밟는 등 중국 업체 2곳가량이 더 한국 진출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연말부터 중국산 버스도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중국 위퉁버스는 45인승 관광버스를 시작으로 전기버스, 스쿨버스, 공항버스로 차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떠오른 중국 비야디(BYD)까지 상륙하면 중국차와 국산차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있다. 비야디는 지난해 10월 한국법인 설립을 마치고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다만 중국차는 품질과 서비스망의 한계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크게 넓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선롱버스와 포톤자동차 등이 야심차게 한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안전장치 결함이나 환경기준 미달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소비자들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어 '중국산'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편견과 품질에 대한 의구심만 해소된다면 국내 완성차업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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